[재경일보 김윤식 기자] SK하이닉스가 파산보호신청을 낸 일본 D램 반도체 생산업체 엘피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현재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는 미국의 마이크론과 도시바에 SK하이닉스가 뛰어들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의 현금 여력이 있는 만큼 인수 성사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엘피다의 지난해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13.1% 수준이어서 점유율 2위인 SK하이닉스의 23.0%와 합하면 36%대로 1위인 삼성전자의 42.2%에 근접하게 되는 등 향후 D랩 업계의 판도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다만,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높거나 인수 시너지가 떨어진다고 판단될 경우, SK하이닉스가 경쟁사들의 인수를 견제하는 정도의 선에서 인수의사를 철회할 가능성도 높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 30일 엘피다의 매각 주관사인 노무라에 1차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SK하이닉스 외에 1차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곳은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일본의 도시바로 알려져 엘피다 인수를 두고 이들 업체간 3파전이 벌어지게 됐다.
메리츠증권은 엘피다가 3차례의 협상 과정을 통해 4월말 이후 인수 회사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가용현금은 7조원 가량이고 올해 투자분 4조원 등을 감안하면 SK하이닉스는 최대 1조5천억원 가량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가 엘피다를 인수할 경우, D램 시장점유율이 30%를 훌쩍 넘기면서 삼성전자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쏟아부을 수 있는 현금이 최근 인수가격으로 논의되는 수준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솔로몬투자증권 임돌이 연구원은 "현재 D램업체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4%이고 하이닉스가 23% 정도"라며 "하이닉스가 엘피다를 인수할 경우 삼성전자와 경쟁할 수 있는 업체로 올라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임 연구원은 "하이닉스가 자신들의 가용현금을 다 쓸 수 있다고 가정하면 인수가격에 부담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엘피다를 인수하기 위해 나섰다기보다 경쟁업체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강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송명섭 연구원은 "하이닉스의 경쟁업체가 모두 엘파다 인수에 참여하는데 하이닉스는 견제 차원에서라도 움직였을 것"이라며 "역시 가격이 문제인데 자금이 부담되는 만큼 그만큼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면 적극적으로 인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가 굳이 엘피다 인수에 나서지 않더라도 충분히 수혜를 예상해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메리츠증권 이세철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엘피다의 파산 보호신청 때문에 D램의 공급부족이 2분기 이후 본격화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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