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경기둔화·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기업 경영 크게 악화

[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지난해 세계 경기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국내 기업의 경영상태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기전자와 운수업종이 이 같은 악재들의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자동차업종은 선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이 상장·비상장 법인 1천663개 업체를 조사해 23일 발표한 '2011년 기업경영분석(속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은 성장성이 둔화되고 수익성은 하락한 반면, 부채는 늘고 이자 부담 능력은 떨어지는 등 대부분의 지표들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성 지표인 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2010년 16.9%에서 지난해 14.1%로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 중 전기전자의 증가율이 반도체 매출액이 4%가량 떨어진 영향으로 20.1%에서 2.6%로 급락했고, 비제조업 중 운수업 역시 세계 경기 둔화로 물동량에 악영향을 미쳐 증가율이 27.7%에서 1.6%로 급감했다.

총자산증가율도 제조업·비제조업이 모두 부진해 2010년 10.5%에서 지난해 8.3%로 축소됐다. 유형자산증가율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8.4%에서 8.2%로 소폭 떨어졌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중)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매출원가와 판매 관리비 비중이 확대돼 2010년 7.2%에서 지난해 5.4%로 1.8%포인트 줄어들었다.

기업들이 실제로 거둔 이익을 보여주는 매출액 세전순이익률 역시 6.5%에서 5.0%로 1.5%포인트 떨어졌다. 기업이 2010년에는 1천원어치를 팔아 65원을 남겼지만 지난해에는 50원 밖에 남기지 못한 것.

특히 제조업의 매출액세전순이익률(8.0%→6.3%)은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대체로 하락했으며, 비제조업 역시 운수업, 전기가스업의 적자로 떨어졌다.

영업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은 금융비용 부담이 줄었으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든 영향으로 2010년 502.1%에서 지난해 420.8%로 대폭 감소했다.

이자보상비율이 500%를 초과하는 우량 업체의 비중은 45.7%로 3.6%포인트 축소된 반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업체의 비중은 28.9%로 6.3포인트 늘어났다.

부채비율은 2010년 95.0%에서 지난해 99.4%로 높아졌으며 차입금 의존도 역시 24.3%에서 25.3%로 소폭 상승했다.

부채비율 100% 미만 업체 비중은 전년보다 3%포인트가량 줄어 59.9%를 기록한 반면, 500%를 넘는 업체 비중은 0.5%포인트 늘어나 2.9%로 나타났다.

현금흐름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이 줄어들며 현금유입이 감소해 전년 62.7%에서 55.4%로 하락했다. 대부분 업종의 현금흐름보상비율이 전년보다 하락했으나 건설업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개선되며 상승했다.

한은은 "유로존의 재무위기로 세계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원자재 값이 상승하는 등 외부 환경 때문에 기업경영이 악화했다"면서도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하면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