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한 탓에 대부분 실물 지표가 지난달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광공업생산은 전월 대비로 3.4% 줄어들면서 두 달 만에 다시 축소세로 돌아섰으며, 경기선행지수는 지난달과 같았지만 경기동행지수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광공업, 서비스업, 건설업, 공공행정을 포함하는 전산업생산도 전월 대비로 1.4% 줄어들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3월 광공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로는 0.3% 증가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3.4% 줄었다.
전월 대비 감소는 반도체·부품(1.5%), 컴퓨터(5.0%), 담배(9.3%)가 양호한 모습을 보였지만 주력상품군인 금속가공(-10.5%), 석유정제(-9.8%), 기계장비(-7.4%) 등이 부진한 탓이었다.
기획재정부는 이와 관련해 호남석유화학 여수공장이 3월4일~4월1일 정기보수에 들어가 화학제품 생산이 부진했고, 보건복지부의 약가 인하는 의약품 생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IT 업계가 5월 이후 신제품을 출시하고 7월 런던올림픽 등을 앞두고 의도적인 재고 조정에 나선 것도 생산을 감소시켰다.
기재부 김정관 경제분석과장은 "생산지표는 1% 상승이 정상적 흐름이고 2% 오르면 굉장히 좋다고 본다. 올해 1월 광공업생산이
지난해 12월보다 3.2%나 올라서 오히려 너무 많이 올랐다고 우려했다. 경기 전환 국면에서는 경기를 월별로 분석하기보다 분기
단위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자동차(10.7%), 의료정밀과학(9.3%)이 선전한 반면, 섬유제품(-9.2%), 영상음향통신(-13.0%), 의약품(-16.2%), 나무제품(-20.0%)이 부진했다.
출하를 보면, 내수용은 전년 동월 대비 3.7%나 줄어들었다. 수출용은 4.0% 증가했다. 내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지난 2월 내수 차량 연료판매가 많았던 기저효과도 있지만 국내 소비 침체가 본격화적으로 시작된 영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재고는 1분기 말 기준으로 전월보다 2.5% 줄었으나 지난해 3월보다는 15.4% 늘었다. 제조업 재고율은 110.5%로 전월보다 0.5%포인트 올랐다.
통계청은 "재고에서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 부문을 제외하면 전체 재고 수준이 높은 건 아니다"며 "전월보다 재고가 줄어든 건 기업들이 재고 소진에 나선 결과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전월보다 2.9%포인트 하락한 78.2%를 기록하며 80%대가 무너졌다.
서비스업 생산은 보건·사회복지가 선전한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 늘었지만 금융·보험, 운수의 부진으로 전월보다는 1.0% 감소했다.
소비지표인 소매액은 전월보다 2.7% 줄었고 전년 동월과는 같았다. 특히 고유가와 물가 상승으로 지난달보다 음식료품, 차량연료 등 비내구재(-4.5%), 의복 등 준내구재(-3.2%)가 줄어들었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로는 7.0% 감소한 반면 전년 동월 대비로는 1.0% 증가했다.
국내 기계 수주는 전년 동월 대비 26.0%나 줄었다. 건설기성은 건축공사가 부진하면서 전월 대비, 전년 동월 대비로 각각 1.8%, 7.9% 감소했다.
건설수주는 도로, 관공서, 발전·통신의 발주 증가에도 전년 동월 대비 3.5% 감소했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달 0.4포인트 소폭 올랐다가 이달 다시 0.4포인트 떨어졌으며,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건설수주액과 수출입물가비율은 감소하고 코스피지수와 소비자기대지수는 증가하며 전달과 같았다.
기재부 최상목 경제정책국장은 "설비투자 건설투자가 동반 하락하고 생산ㆍ소비지표도 감소하는 등 주요 지표들이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올해 1분기에는 설, 윤달 등 계절조정요인이 많다"며 "경기전환기에는 원래 월별 변동폭이 크다. 그러나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에 비해 올해 1분기 지표는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 회복력이 약하고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 서민들의 체감물가에도 개선할 여지가 많다"며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