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농림수산식품부가 부실기관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시에나 요구할 수 있는 '경영개선 이행약정서'를 농협에 사전 협의도 없이 보내고, 인력 구조조정 등을 내세우며 농협을 관치화하려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농식품부는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을 근거로 농협중앙회에 약정서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농협 지원이 농협법 제9조의 '협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협력사업'을 근거로 이뤄진 점이라는 것이다. 보조금 지원과 약정서 요구에 대한 근거가 따로 노는 셈이다.
또한 농식품부가 근거로 한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은 '보조금의 교부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필요한 조건을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정부에게 경영사항에 대한 관리·감독권까지 부여한 것은 아니다.
특히, 지원과 관련한 논란도 여전하다.
농협중앙회는 당초 2017년까지 자구책을 마련, 농업인 실익증대를 위한 경제사업 활성화 추진계획을 정부에 제출해 승인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현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5년을 앞당길 것을 주문했고, 국회가 반발하자 부족한 자본금은 모두 정부가 출연(출자)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지난 3월 종합농협이 해체되고 농협중앙회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됐다.
진행과정에서 농식품부는 신용·경제사업 분리에 필요한 부족자본금 12조원 중 6조원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1600억원의 이자만 지원하겠다고 국회에 심의요청을 해 국회와 농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최근에는 6조원을 출연하겠다는 말을 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취하기도 했는데, 국회 속기록이나 회의자료 등에 엄연히 나와 있는 내용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국회에서 합의된 유동화 가능한 2조원의 출자도 유동화 불가능한 5000억원을 포함한 1조원만 지원하겠다고 하며, 다시 한 번 농민 및 국민과의 합의사항을 뒤집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논란은 제쳐두더라도, 이미 정부의 보조금 지원 조건으로 '농협 경제사업 평가협의회'와 '자금지원 심의위원회' 등 내·외부기관이 별도로 구성됐고, 목적사업에 대한 평가와 실사를 추진 중이다.
따라서 농식품부의 경영개선이행 약정서 체결 요구는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는 지원금 교부목적 수행에 대한 지도와 지원금집행 관리자로서의 역할만 수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농협노조 및 상급단체인 금융노조 등은 농식품부가 구조조정을 농협에 대한 통제의 수단으로 삼으려하고 있다며 총력투쟁으로 맞서겠다는 방침까지 세운 상황이다.
안 그래도 농협 신경분리는 대통령이 직접 치적사업으로 꼽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말 바꾸기와 국민 앞에 합의된 약속의 파기로 신뢰를 잃어가는 모양새다.
일단 정부는 농협에 대한 지원을 기업의 구조조정에 지원되는 공적자금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농협을 관치화하려는 것인지 입장을 분명히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