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검찰이 원전의 납품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에 연루된 직원이 자살한 상황에서도 한수원 직원이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챙긴 것이 적발돼 구속된 것으로 드러났다.
원전 납품비리를 수사 중인 울산지검 특수부는 3일 중간수사 브리핑을 통해 지금까지 모두 5명의 원전 간부와 로비스트를 구속기소하고 1명의 납품업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납품업체로부터 1천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고리원전 이모 차장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고리원전의 또 다른 직원 1명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밖에 구속된 원전 로비스트 윤모(56)씨가 원전 고위직들에 접근해 납품청탁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한수원 본사와 지역원전의 임원 2∼4명에 대한 혐의 확인에 나섰다.
로비스트 윤씨는 납품업체로부터 로비자금 명목으로 6억9천700만원을 받았고 한수원 폐변압기 구매나 공사수주를 빙자해 주변인들로부터 4억8천만원 상당을 편취했으며, 이 과정에서 돈이 한수원 본사 임원들에게 건네졌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구속한 한수원 직원들은 1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 현금을 받거나 차명계좌로 돈을 받았으며, 자신 명의의 계좌로 당당하게 돈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납품업체 대표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2천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은 고리원전의 한 간부는 납품비리에 연루된 동료 직원이 지난 2월 자살한 후에도 돈을 받았다고 밝혔다.
구속된 또 다른 원전 직원은 납품대금의 2∼3%를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제품, 신기술, 친환경인증제품 등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이 가능한 부품을 발주해 납품계약을 체결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은 사례도 드러났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한수원이 특정업체를 추천해 설비나 부품을 개발하도록 한 뒤 개발선정품으로 지정하고 몇 년 간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현장기술개발과제 제도'가 오히려 특정업체를 밀어주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비리의 단초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