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2년 만에 신제품 발표회 단상에 오른 박병엽 팬택 부회장의 얼굴에선 긴장감이 역력했다. 2010년 7월 전략제품인 베가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애플 나와"라고 노골적인 도발을 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말 채권단과 의견 갈등을 빚으며 사퇴를 선언하는 등 맘고생을 겪었던 탓일까. 평소 자신있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주목받았던 것과 달리 조심스런 그의 모습에 참석자들은 어리둥절했다.
팬택은 베가레이서2의 공개일을 일부러 삼성전자 갤럭시S3와 같은 날로 잡았다.
박 부회장은 "임원들 사이에서 발표 날짜를 달리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제대로 된 제품으로 맞장 한번 뜨자'는 각오로 일부러 같은 날을 택했다"고 말했다.
베가레이서가 발표되고 16시간 뒤인 4일 새벽 3시(한국시간) 삼성전자는 영국 런던에서 갤럭시S3를 선보인다. 이 제품은 4.8인치 화면에 자체 생산한 쿼드코어 엑시노스 칩을 탑재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일찌감치 "갤럭시S3는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박 부회장은 그러나 갤럭시S3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그는 "삼성이 갤럭시S3에 AP뿐만 아니라 자체 통신칩까지 채용한다고 들었다" 며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불안하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한 기업이 모든 부품을 수직 계열화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가 하는 부분에 의문이 든다는 것.
박 부회장은 "전문성의 가치를 가지고 협업해 가는 게 옳지 않겠냐" 며 "각 부분의 전문성을 가진 기업들의 제품을 조합하는 것이 더 낫다"고 강조했다.
갤럭시S3가 3G와 LTE 모델로 각각 나온다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시장의 대세가 이미 LTE로 굳어진 상황에서 최신 제품을 3G 모델로도 낸다는 건 이상하다" 며 "마치 KTX를 개통해놓고 새마을호 레일 위에 띄우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박 부회장은 이날 애플의 영업이익률이 40%에 가깝다는 것도 "괴물의 탄생을 예고한다"고 표현했다. 문명 기기가 보편적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기여하기 위해선 아무리 잘 해도 한 기업이 15% 이상의 이익률을 올리면 안된다는 게 박 부회장 주장이다.
그는 영업이익률 40%는 잘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협력업체를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