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창용 기자] 자동차는 죽음을 부르는 '괴물'인가? 급발진 사고 동영상이 온라인상에 유포되면서 오늘도 곳곳에서 네티즌들을 격앙시키고 있다.
9일 YF소나타에 이어 BMW 급발진 동영상이 인터넷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같은 자동차 급발진의 역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3월 일어난 급발진 사고만 해도 자초지종을 알고 보면 어처구니 없다. 온라인에 올라온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공감이 가고도 남는다. 죽음에 대해 허무한 느낌마저 든다.
내용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 3월 기아의 모닝이 급발친 추정 사고로 일가족이 바다에 추락했다는 뉴스...
어제 저녁 7시 반쯤 부산에서 일어난 사고인데, 모닝에서 굉음이 3번 나더니, 4번째 소리가 났을 때,
바다로 추락했다는 신고자의 말에 따라 급발진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하고 할 것이라고 한다.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예전에 미국에서 도요타 프리우스의 급발진 사고들이 언론에 보도되어지면서 리콜 판정과 함께 도요타의 자동차 매출이 급격하게 영향을 받았던 때가 있었다.
사실, 국내차에서도 급발진 사고에 대한 이력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닝의 이번 사고 원인이 확실히 급발진 때문인지는 밝혀진 바 없다고 하니 조사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
안타까운 것은 이날 차량에 함께 타고 있는 남편과 아내, 30개월 된 아들이 변을 당했는데,
남편은 숨지고, 아내는 겨우 구조되고, 30개월 된 아들은 바다에 추락해서 실종됐다고 한다.
남편의 사망과 30개월 된 아들의 실종... 겨우 구조된 아내는 새차 뽑은지 사흘 만에
가장 소중한 가족을 잃고 말았다.
인터넷에서는 이걸 보고 자살이라는 터무니도 없는 소리가 나오는데
과연 그게 할말일까?
누가 자살을 위해서 차를 새로 뽑겠는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말을 짓꺼린단 말인가?
보이지 않는 공간이라고 함부로 쓰면 안된다는 것.
그나저나 가족을 위한 경제적인 차량인 기아 모닝에서의 급발진 사고...
이것이 급발진에 의한 사고로 밝혀진다면, 예전 미국 도요타 사건처럼, 국내에서 기아자동차의 입지가 큰 추락을 할지 궁금하다. 구입한지 사흘 밖에 안된 기아 모닝의 이번 사고 원인이 궁금해진다.
위와 같이 급발진 사고를 당한 당사자의 가슴은 한이 맺힌다. 이걸 풀어 줄려면 원인이 밝혀져야 하는데 딱히 집히는 게 없다보니 문제가 커지게 마련이다. 제조사는 제조사대로 "심정은 이해하지만 근본적 결함은 없다"는 태도다. 재수없는 차를 선택했다는 말인가?
이 같은 급발진 사고가 운전자의 실수라면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앞으로 또 대기하고 있단 말인가? 이러한 물음에 자동차 제조사는 명쾌하게 답변해야 한다. 그동안 많은 억울한 죽음의 한을 풀어 줘야 한다. 설사 제조사의 잘못이 없더라도 말이다.
그동안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대외적으로 자사 차량의 결함에 의한 급발진의 발생 자체를 부정해왔다.
현대차는 그동안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해당 차종은 급발진 문제가 단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거나 "원인을 분석하고는 있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고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며 차체 결함에 대해 완강히 부인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YF소나타 급발진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정 부회장이 이메일을 통해 간부들에게 "급발진 사고에 적극 대처하라"고 언급했는 데, 이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 내부적으로도 급발진 사고가 도요타의 사례처럼 자칫 기업의 경영리스크로 비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정 부회장이 직접 지시를 내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3년 연속 글로벌 판매 1위를 기록한 도요타는 2010년 급발진과 관련한 대량 리콜 사태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극심한 타격을 입으며 지난해 4위로 추락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241건의 급발진 관련 신고 중 40.7%가 현대차 모델이고, 기아차까지 포함하면 71.3%에 이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현대·기아차에게도 급발진 관련 문제가 '시한폭탄'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정 부회장이 임직원에게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적극 대응을 당부한 것은 자사 차량의 결함에 따른 사고로 판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와 자동차 업체, 소비자가 삼각 편대를 이뤄 급발진 관련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이 운전자와 기업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부회장은 이메일을 통해 급발진 대처 외에도 신형 싼타페 등 자사 판매 차량과 관련해 "언론 보도나 전문가들의 얘기만 접하지 말고 일반 자동차 동호회의 여론까지 세심하게 챙기라"는 내용도 함께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