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건설업체들과 각종 공사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뇌물·향응을 받고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하는 등의 비리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지역별로는 전남 신안군과 경기 성남시, 부산광역시, 인천광역시 등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건설 비리 사례가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3월 말부터 약 1달간 전국 광역 시도와 시·군·구 기초단체를 대상으로 `지방 건설공사 계약제도 운용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49건의 건설 비리를 적발, 비리 관련자 18명에 대해 파면 등 징계를 요구했으며, 이 가운데 뇌물 수수 혐의가 뚜렷한 공무원 1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14일 밝혔다.
사례별로는 전남 신안군청에서 가로체육공원 조성공사 감독을 담당한 A씨가 공사업체 임원들에게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해 2개 업체로부터 600만 원을 뜯어낸 후 개인 용도로 사용했으며,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도 부당하게 올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A씨를 수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신안군수를 상대로 A씨에 대한 파면과 과다하게 지급된 공사비 회수를 요구했다.
성남시 분당구청의 B팀장과 C직원은 지난 2007년 분당구 지하차도 유지 관리 업무를 맡은 A 용역업체가 허위로 신청한 용역비 1억9천500만 원을 알고도 지급하고 그 대가로 업체로부터 3차례에 걸쳐 단란주점에서 향응을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A업체가 4명의 기술자를 757일간 업무에 투입한 대가였지만 실제 이들은 현장에서 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B팀장 등은 이 사실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A업체로부터 3차례에 걸쳐 단란주점에서 향응을 받았다.
부산시 부산교통공사는 부산도시철도 4호선 경전철 구간 공사 과정에서 13개 역사의 시설 규모가 부풀려 설계됐는데도 이를 그대로 승인해줘 137억2천만 원의 예산을 낭비했다.
인천시청은 인천도시철도 2호선 설계를 맡은 업체가 안전과 직결된 비상대피로를 누락한 설계도를 제출했는데도 보완 요구를 하지 않고 승인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경기도 부천시 관할 D사업소 직원 3명은 지난 2010년 하수처리장 탈취 관련 시설을 구매하면서 A업체의 부탁을 받고 대체용품이 없는 것처럼 속여 경쟁입찰 대신 수의계약으로 A업체와 구매 계약을 했다.
이에 따라 구매 가격은 경쟁 입찰 때보다 1억5천200만 원 비싸게 책정되는 특혜가 발생했다.
전남 무안군의 E사업소장을 비롯한 직원 3명은 지난 2008년 11월 전기시설 공사를 발주하면서 자격이 없는 F사회복지법인과 수의 계약을 했다.
그러나 문제가 불거지자 기존 계약서를 파기하고 전기 공사업 등록증이 있는 C업체와 F복지법인이 처음부터 공동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허위로 사업을 진행하는 특혜를 제공했다.
경기도 건설본부도 지난 2009년 실제로 일하지 않은 용역업체 근로자 1명의 용역비 약 2억 원(795일분)을 지급했고, 용인시
기흥구청은 2007년 지하터널 관리 용역을 시행하면서 `유령 근로자' 1명의 용역비 6천600여만 원(335일분)을 줬다.
경기도 성남시는 지난 2010년 8월 허위 재무 보고서를 등록한 건설업체 3곳이 등록말소 대상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파악했지만 이들 3개 업체중 1곳에 대해선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고 나머지 2곳도 영업정지 3개월의 가벼운 행정 처분만 내렸다.
부산광역시는 지난 2008년 부산영상센터 건립 공사 과정에서 A건설사에 전문 공사인 철물 공사를 하도급했다.
전문공사는 재하도급이 법적으로 불가능한데도 A건설사는 B사에게 불법 재하도급을 했고, 부산시는 이를 묵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불법 하도급 사례는 전라남도와 인천광역시, 부산 기장군에서도 적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