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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원대 다단계사기' 조희팔 지난해 중국서 사망… 시신 몰래 국내 안치

[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4조원대 다단계 사기를 주도한 혐의를 받다 중국으로 밀항한 조희팔(55)씨가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사망했으며 그의 시신은 경찰도 모르게 국내에 유입돼 안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조씨가 지난해 12월19일 중국 청도 위해시의 해방군 제404병원 남방의과대학병원에서 급성심근경색 등에 의해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12월18일 밤 한국에서 온 여자친구 K모씨 등 지인 5명과 칭다오(靑島)의 호텔 식당에서 2시간 가량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신 후 호텔방에 도착하자마자 급체로 인한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쓰러져 곧바로 120구급차로 병원으로 옮겨지던 도중 급성심근경색으로 동공이 풀리고 맥박이 정지되면서 사망했다.

조씨는 지난 2008년 중국으로 밀항한 이후 53세 조선족 조모씨로 위조된 중국여권과 운전면허증을 사용하면서 중국 옌타이(煙台) 래산구에 숨어 살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사기로 빼돌린 자금을 은닉하기 위해 ‘위장사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인터폴 공조수사를 통해 조씨의 중국 호구부(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응급진료기록부, 사망진단서, 화장증 등을 확인했으며, 당시 응급진료와 사망진단을 맡은 의사를 면담하고 화장장 관련자 등을 상대로 당시 상황에 대한 정황에 대해 진술을 받은 결과 조씨가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경찰은 특히 조씨가 같은 해 12월21일 중국 옌타이시 장의장에서 화장돼 유전자검사를 할 수는 없었으나 유족이 참관한 가운데 장례식을 치른 동영상에 조씨가 입관된 모습이 담겼고, 조씨의 딸이 장례식에 다녀온 뒤 쓴 일기 등을 볼 때 위장 사망일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조씨의 유족은 이틀 뒤인 지난해 12월23일 유골을 국내에 들여와 모 공원묘지에 안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군이래 최대규모 사기사건'으로 불리는 조희팔 사건은 조씨 등이 2006년 10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의료기기 임대사업을 빙자해 대구를 중심으로 전국에 다단계업체를 10여개 차린 뒤 건강용품 판매사업으로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약 3만명을 꾀어 3조5천∼4조원을 챙긴 유사수신 범죄사건이다.

이 사건에는 상당수 대구지역 공무원과 경찰이 연루됐다는 의혹도 무성했으나 조씨와 공범들이 2008년 12월 충남 태안 해안을 거쳐 중국으로 달아나 수사가 지지부진했다.

경찰은 주범 조씨가 사망했지만 인터폴의 협조로 중국에서 검거된 공범 2명의 신병을 넘겨받고 달아난 공범의 소재지를 파악, 은닉된 3조5천억원의 행방을 계속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경찰은 조씨와 함께 범행을 저지르고 중국으로 밀항했던 공범 2명이 중국 공안에 잡혀 국내로 송환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은닉된 범죄 수익의 추적이 어려워졌다”면서 “그러나 피해자들의 피해를 최대한 보전하기 위해 공범을 수사하는 등 은닉재산 추적을 계속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