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오희정 기자] 수도권 일대에서 직접 주유소를 차려놓고 지금까지 적발된 가짜석유 유통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1천억 원 어치가 넘는 가짜석유를 팔아 세력을 키워 온 조직폭력배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조직폭력배들이 조직 차원에서 직접 주유소까지 차리고 가짜석유를 팔다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회종)는 가짜석유를 팔아 500억원 가량을 벌어 조직 운영 자금으로 쓰고 각종 부동산 사업 이권에도 개입한 혐의로 폭력조직 봉천동식구파 조직원 55명을 적발, 행동대장 김모(41)씨 등 10명을 구속기소하고 필리핀으로 도피한 두목 양모(45)씨를 기소중지했다고 20일 밝혔다.
행동대장 김모씨는 수익금 분배를 놓고 조직 내 갈등이 빚어지자 청부 살해까지 시도했으며, 호남 폭력 조직과 대치하며 폭력을 행사해 서울 동대문의 한 상가 운영권을 빼앗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1990년대 초 결성돼 서울 관악구 일대에서 유흥업과 사채업을 하던 봉천동식구파는 2004년 가짜석유 제조·판매로 유명하던 양씨를 간부로 영입했다.
양씨는 조직에 합류한 뒤 2005년 초부터 2010년 말까지 서울·인천 등 수도권 지역 주유소 19곳을 운영·관리하며 가짜석유 1100억원어치를 판매해 500억원 가까운 수익을 올렸고,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8월에는 두목까지 됐다.
가짜석유를 팔아 번 돈은 양씨와 행동대장들의 유흥비 혹은 조직운영비 등으로 쓰였다. 양씨는 조직원들의 개인 헬스나 무술 단련 비용 등도 지원했다고 검찰은 말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답십리동 일대를 주무대로 활동해 온 또 다른 폭력조직인 '답십리파' 조직원 45명도 적발, 행동대장 민모(41)씨 등 조직원 10명을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도박장이나 성매매업소 등을 통해 조직 운영자금을 마련했으며,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이유로 행인의 허벅지를 흉기로 찌르는 등 2000년 이후 31차례에 걸쳐 폭력 범죄를 저질렀다고 검찰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