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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연화장 노무현 추모비 건립 놓고 보수-진보 정면 충돌

[재경일보 고명훈 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해가 화장됐던 장사시설 경기도 수원연화장에 노 전 대통령의 추모비를 세우는 문제를 놓고 보수와 진보단체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수원지역 종교계 인사 등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노무현대통령 작은비석수원추진위원회는 노 전 대통령의 3주기(23일)를 하루 앞둔 22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 하동 연화장 추모공원에서 추모비를 세우기 위한 굴착기 등을 동원해 공사를 시작했지만 오전 11시경 고엽제전우회원 30여명이 몰려와 수원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노 전 대통령의 추모비를 건립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항의농성을 벌여 공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추진위는 지난 19일부터 추모비를 세우려고 했지만 고엽제전우회원들의 항의로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추진위는 지난 2009년 5월 29일 수원연화장에서 노 전 대통령의 유해가 화장되는 등 국민장 일부행사가 진행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추모비를 건립하기로 하고 그동안 2천500여만원을 모금했다.

추진위는 지난해에도 연화장에 추모비 건립을 추진했으나 모금 부족 등의 이유로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화장 안의 승화원(화장장) 뒤편 잔디밭에 세우려고 하고 있는 갈색 원형 모양의 추모비는 노 전 대통령의 얼굴과 상징물인 민들레꽃 등이 조각된 길이 6m, 높이 3m 크기로 제작됐고, 지난 19일 수원시로부터 설치허가를 받았다.

조형물 중앙에는 노 전 대통령 전신이 음각으로 형상화되며, 조형물 왼쪽에는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민들레와 민들레 홀씨 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된다.

수원시 위생정책과는 "노 전 대통령의 유해가 연화장에서 화장됐고,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화장을 선택해 장묘 문화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판단해 허가했다"고 밝혔다.

추진위의 한 관계자는 "시민들의 뜻을 모아 추모비를 건립하게 됐다"며 "노 전 대통령의 유해가 화장된 날인 오는 29일 제막식을 거행할 수 있도록 상대측을 설득하고 이해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경기도지부는 수원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인사의 추모비를 수원에 세우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고엽제전우회 관계자는 "효행의 도시로 알려진 수원에 연고도 없고 자살한 전직 대통령의 추모비를 세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봉화마을이라면 모를까 아무런 연고가 없는 수원에 왜 추모비를 세워야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이들은 수원시가 추모비 건립허가를 취소하지 않을 경우 물리력을 동원해 공사를 막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추모비 허가를 내 준 염태영 수원시장은 참여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친노 인사'여서 수용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