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디자인공방 나무수레 / 이경원 디자이너
늦은 주말에 문래동의 좁다란 골목어귀에서 이경원 가구 디자이너를 만났다. 편안한 차림으로 반기는 그는 사실 문래동 토박이는 아니란다. 하지만 인터뷰의 시작과 함께 문래동 창작 촌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문래동에 사는 어느 누구보다 지역을 생각하고 이곳에 대해 고마움을 갖는 주민이었다. 이제 막 실습교육을 끝낸 터라 작업실의 먼지가 채 가라앉지도 않은 상황임에도 그는 여유롭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일을 해왔나요
이제 겨우 10년이 됐습니다. 길게 보면 참 길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님 그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는 기간입니다. ‘가장 즐겁고 재미있는 것을 하자’고 생각해서 시작한 것이 나무 다루는 일이었죠. 사실 그 전까지 방송 PD로 일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이쪽 길로 들어서게 됐습니다. 여기저기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하다 이곳으로 와서 공방을 만들게 됐죠. 그러고 보니 문래동에 들어온 지도 벌써 5년이 훌쩍 넘었네요. 처음에 이쪽을 배울 때에는 열정이나 자신감 보다는 그냥 꾸준히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입니까
경제적인 문제를 빼놓지 않을 수 없네요. 사실 이렇게 교육을 병행해서 공방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그것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죠. 또 알다시피 주문제작 가구의 시장 폭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수입구조에 한계가 있습니다. 어쩌면 대부분의 공방들이 저와 같은 문제점을 안고 이 일을 시작하고 있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은 역시 마찬가지의 일을 하는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나무는 언제나 저에게 위안을 주었죠.
목공일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목공은 말 그대로 나무를 다루는 사람입니다. 열정도 필요하고 인내도 필요하고 노력도 필요하죠. 하지만 그 보다 우선하는 것은 ‘나무를 대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보여주기 위한 것에만 치중하기 보다는 본질에서 우러나오는 매력을 알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것은 어쩌면 ‘나무가 보여주는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법’이겠죠. 정말 어려운 법입니다. 일례로 이제 막 목공일을 배우러 온 사람들이 굳이 좋은 원목을 자재로 써서 배워야 하는지 생각이 들었었죠. 이것은 사람들 개개인의 성정이나 목공기술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일을 할 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유지하는 가장 큰 근원은 결국엔 ‘나무를 대하는 자세’거든요. 괜히 목공일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취미로 전락하면 좋다가도 싫어지게 되기 십상이거든요.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나무에 귀천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굳이 제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물푸레나무를 선호한다고 탓할 필요는 없겠죠(웃음)
평소 어떤 철학을 갖고 있습니까
물론 가구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알게 모르게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보다는 나무로 만든 가구를 대할 때의 자세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굳이 손님에게 강요하지 않습니다. 특히 주문하는 곳이 멀거나 일반적인 가구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손님에게 정중하게 거절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이것은 결코 자부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사실 운송비며 주변에도 이름 있고 솜씨 좋은 다른 공방들도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구라는 것이 보편적인 성격을 벗어나면 가구로써의 생명은 끝나는 것과 마찬가지이거든요. 신주단지 모시듯 대한다면 그것은 이미 가구가 아니라 작품인거죠. 그런 면에서 가구로 만들어지는 나무는 정말 특별합니다. 진솔하죠. 원인과 결과가 분명하고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같은 반응을 합니다. 작품을 만들기 이전에 저는 가구를 만드는 목공입니다. ‘쓰기에 편안한 가구, 썼을 때 마음에 드는 가구’이길 바라죠. 아마 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또 아직은 작품에 대해 말하기가 쑥스럽습니다.(웃음)
끝으로 계획이나 포부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역 커뮤니티 및 친우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 온 전시회 활동들을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물론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또 다른 문화 활동과 융합하는 것에 대해서도 꾸준히 고민을 할 생각입니다. 가람가구학교의 김성수 교수님의 말씀처럼 ‘다른 예술 활동과의 융합’에서 많은 도움을 배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한국의 목공방이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기를 바랍니다.
이복기 기자 leeb@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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