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10조원이 넘는 차기전투기 도입 사업과 관련, 유력한 차기전투기 대상 업체 가운데 한 곳이 실제 비행테스트가 아닌 시뮬레이터(모의시험장비)로 현지 시험평가를 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방사청은 시뮬레이터를 이용하고, 추적기를 통해 우회적으로 성능을 검증하겠다는 설명이지만 "10조원대의 차기전투기가 오락기 구매 수준이냐", "부실한 평가가 불 보듯 뻔하다"는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7일 방사청과 공군, 방산업체 등에 따르면, 차기전투기 참여 업체의 현지 시험평가 일정은 록히드마틴(F-35)이 7월로 가장 빠르고, 보잉(F-15SE)과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유로파이터 타이푼)이 각각 8월, 9월로 그 뒤를 잇고 있는 가운데 일정을 애초 9월로 계획했다가 7월로 갑자기 앞당긴 F-35 측은 실제 비행 테스트 대신 시뮬레이터를 통한 평가를 하기로 방사청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F-35는 조종석이 단좌(單座)이기 때문에 7월로 일정이 앞당겨지면 우리 공군 조종사가 미측 조종사의 도움 없이 실제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는 연습시간이 없어지게 돼 전문가들은 전투기 자료와 시뮬레이터를 통한 평가는 자칫 전투기의 불량한 부분이나 부족한 성능을 감춘다는 의혹을 살 수 있고, 현지 시험평가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군의 전문 시험평가 요원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할 시험평가에서는 실제 대상 기종의 성능을 우리 군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평가 점수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F-35가 비행 테스트 단계에 있기 때문에 한국 조종사를 태울 수 없다는 논리에 따라 시뮬레이션 평가로 결정이 난 것 아니냐겠느냐"고 추론하고 있다. 현재 생산된 50여 대의 F-35 가운데 실제 비행 테스트를 거친 물량이 20%에 불과한 것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해 준다.
방사청은 이와 관련 "현재 개발 시험 중인 전투기이기 때문에 F-35 조종사 외에는 탈 수 없다"면서 "한국 조종사가 동승한 추적기를 같이 띄워 옆에서 비행하면서 성능을 평가하는 방안을 록히드마틴 측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방사청의 한 관계자도 "F-35는 실제 비행대신 시뮬레이터를 통한 평가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보잉 F-15SE 또한 기체에 탑제될 개량형 AESA(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 등 핵심 부품은 다른 나라에서 운용 중인 전투기의 제품을 검증하는 수준으로 시험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방사청은 업체 제안서를 접수한 뒤 9월까지 시험평가와 협상을 거쳐 10월 중 차기 전투기 기종을 결정할 계획이다.
사업비가 운영유지비까지 합쳐 10조원이 넘는 차기 전투기의 항목별 선정 가중치는 임무수행능력 33.1%, 수명주기비용 30%, 경제ㆍ기술적 편익 18.41%, 군 운용적합성 17.98%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