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창용 기자] 전직 대통령이 재임시절 숨겨놓은 비자금을 친인척이 관리하다 써 버렸다고 수사요청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말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400억을 사돈인 신명수 신동방 그룹 회장이 유용했다고 검찰에 수사요청을 했다. 그러면 이 비자금 400억은 수사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검찰의 태도가 아리송하다.
서울중앙지검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에게 맡긴 비자금 400억여 원이 더 있으니 수사해 달라"며 제출한 탄원서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탄원서에서 "재임 중 서울 중구 소공동 서울센터빌딩 등의 신축 자금 명목으로 신 전 회장에게 비자금 654억여 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995년 대검 수사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신 전 회장에게 비자금 230억 원을 맡긴 사실이 확인된 바 있는데, 이번 탄원서를 통해 비자금 424억 원이 추가로 더 있다고 공개된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은 탄원서에서 "검찰이 수사를 통해 이 돈을 되찾아 미납 추징금으로 가져가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에서 징역 17년과 추징금 2628억 원이 확정된 이후 현재까지 91%인 2397억 원을 납부했으며, 231억 원은 미납 상태다.
이번 사건은 노 전 대통령의 외아들 재헌 씨와 신 전 회장의 장녀 정화 씨가 현재 홍콩과 한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이혼소송의 재산분할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