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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허탕>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는 가상의 감옥에서 고참인 죄수1, 신참인 죄수2, 유일한 여자 죄수3이 펼치는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으로, 그동안 장진식 코미디로 익숙했던 모든 이들의 허를 찌르는 내용으로 시종일관 참석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연극 <서툰 사람들> <리턴 투 햄릿> 등 전작과는 달리, 코미디적인 요소를 부각한 장진 연출만의 위트 있는 대사와 밝은 톤 보다는 이상한 공간, 배우들의 느린 대사, 상상력을 자극하는 캐릭터들의 행동과 세밀한 심리묘사들이 시종일관 극에 몰입하게 만들고 있는 것.
프레스콜 시작 직전 장진 감독이 직접 나와 독특한 무대와 모니터 설치 등으로 인해 의아해할 취재진들을 위해 직접 오프닝 멘트를 진행했으며, 극 중간에는 소음을 최소화하고 극에 몰입토록 에어컨까지 끄는 등 어떤 작품보다도 세심한 연출모습에 이내 취재진들까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프레스콜에서는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 <짬뽕> 등의 베테랑 배우 김원해(고참 죄수 1역), 연극 <리턴 투 햄릿> <그대를 속일지라도>의 배우 김대령(신참 죄수 2 역), 연극 <웨딩스캔들> <연애희곡> 등의 배우 송유현(여자 죄수 3 역)이 무대에 올라 땀이 흠뻑 젖을 정도의 열연을 선보였으며 럭셔리한 7성급 감옥에 원하지 않게 들어가, 그 공간과 메커니즘에 적응하며 안주하는 인간, 탈출하려는 인간 등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삶을 옳고 그름이 아닌 지금 있는 그대로의 다양한 심리상태를 표현, 극이 끝난 뒤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연기하나하나 스토리 하나, 결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토론의 장이 펼쳐지기도 했다.
곧이어 이어진 간담회에서는 장진 연출 및 시연했던 김원해, 김대령, 송유현 배우와 더블캐스팅인 이철민, 이세은, 이진오 배우가 모두 함께 하였으며 기존의 간담회에서 오고 가는 작품 외각적인 질문이 아닌, 내적인 질문들의 쇄도해 눈길을 끌었다.
장진 연출은 이번 작품의 메시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의 의견이 이 작품의 정확한 해석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은 반대한다. 여러분이 상상하고 싶은 결말이 이 작품의 결말일 수 있다.”라고 말하며, “하나의 인간으로서 우뚝 서고자 하는 사람은 결국 세상의 지배를 받지 않고 나갈 것이고, 이 세상이 주는 재화에 익숙해져 이곳에 안주하는 사람은 결국에 나가지 못하고 불행해진다.”라며 객관적이며 주체적인 관객들의 결론을 원했다.
그에 반해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런 장진 연출의 상상력과 천재성을 지지하는 배우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배우 이세은은 “워낙 장진 연출님 팬이었고, 작품 제의를 받았을 때 0.5초도 망설이지 않고 하겠다고 대답했다.’고 오랜만에 연극무대에 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연출자를 “감수성 풍부한 외계인?, 낭만적인 천재?”라고 표현하며 이번 작품의 독특함을 설명하기도 했다.
2012년 장진의 대학로 작품, 그 세 번째 출발을 알린 연극 <허탕>은 그 동안 장진 연출의 전작에서 보여준 코믹적 요소를 배제하고, 갖혀진 공간을 통한 인간의 변화되는 심리와 외부 세상을 동경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풍자극으로 오는 9월 2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