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30일까지 비워라”…대체부지 없어 업무마비
관계부처는 먼산보기…항만공사는 “할만큼 했다”
우리나라 목재산업의 본산인 인천 제재산업이 올 스톱될 위기에 처했다. 수입원목의 주요 야적장으로 쓰이고 있는 인천 북항 한진중공업 부지가 최근 용도변경되고, 이에 따른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이곳에서 원목야적장을 운영하고 있는 몇몇 업체들이 오는 9월30일까지 퇴거하라는 통보서를 한진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사진> 이를 시작으로 다른 업체들도 곧 퇴거가 진행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이곳을 대체할만한 부지가 현재는 없다는 것.
아울러 인천시를 비롯한 항만공사, 국토해양부, 산림청 등 관계부처들의 소극적인 대응도 업계의 속을 들끓게 하고 있다.
대한목재협회(회장 양종광)에 따르면 최근 한진중공업 보세창고에 원목야적장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 중 일부가 오는 9월30일까지 원목장을 비우라는 퇴거 통보서를 받았다.
‘화물장치계약 종료 통보’라는 제목으로 보내진 통보서에서 한진은 “귀사와 당사 간 2012년 6월30일에 체결한 화물장치계약이 북항배후부지 개발과 관련 인천시와의 협약에 따른 기반시설 공사를 수행하여야 하나 귀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부지가 기반시설공사 구간에 포함됨에 따라 더 이상 계약관계를 유지할 수 없어 부득이 2012년 9월30일부로 동 계약서 제6조 등에 의거 계약이 최종 종료됨을 통보”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퇴거 통보서를 받은 업체들은 벌써부터 업무에서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목이 산지로부터 우리나라에 도착하는데 3개월여의 시간이 필요한 것을 감안할 때, 야적장이 확보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배를 띄울 수 없기 때문이다.
목재업계는 인천시, 항만공사, 국토해양부, 산림청을 분주히 오가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악의 경우 목재산업이 인천을 떠나는 경우의 수도 거론되고 있다.
목재협회는 한진보세창고 원목야적장 대체부지로 △인천발전연구원이 제시한 원창동 항만보호시설구역내 15만평 △현재 입주예정이 잡혀있지 않은 미개발 원형지인 원창동 435번지 인근 로봇랜드 부지 18만평 △인천항만공사 청라 투기장 5만평 △경인 아라뱃길 투기장 24만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안 될 경우에는 목재사업의 평택항 이전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관계부처들의 반응은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협회 정명호 전무는 “10일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들을 만났다”며 “관계자 말이, 항만공사에 일이 잘 해결되도록 협조를 구하겠다고는 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가 상급기관인 것은 맞지만 이들 부지가 모두 항만공사 자금으로 조성됐기 때문에 강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풀이다. 다음으로 인천시에서 이 부지 일부를 매입하는 방안도 있지만, 현재 인천시 예산사정으로는 언감생심인 게 현실이다.
인천항만공사는 목재업계에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인 것.
정 전무는 “최근 인천항만공사 본부장을 만날 기회가 있어서 목재업계의 지금 이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면서 “하지만 (본부장은, 최근 20년 임대로 나온) 북항 항만배후부지도 80% 정도를 목재업계에 할애했다. 항만기능이 목재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더 할애해 달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밝혔다.
산림청 또한 원목야적장 퇴거 통보 등 인천목재산업 현안을 담은 내용을 이메일로 보냈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협회는 전했다.
한편 현재 인천 북항 원목야적장은 △한진중공업 제3보세장치장 6만7000평 △한진중공업 제4보세장치장 2만평 △원일보세장치장 3만6000평 등이 운영되고 있다.
올해 초 이 부지의 용도가 자연녹지에서 준공업지역과 상업지역으로 변경됨에 따라 이 지역에 집중돼 있는 원목야적장 등 목재수입업계가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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