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임업 하종범 대표의 ‘Do! Do! Do!’
나무가 땔감으로 쓰이던 시절, 나무꾼이 산에 올라 방 덥힐 나무를 패고는 선녀 옷을 기웃거리거나 연못에 빠뜨린 도끼를 찾기 위해 산신령을 알현했다는 이야기들이 구전될 때, 그 나무꾼이 현대 목재산업을 이끄는 선봉장이 되리라는 상상을 누가 할 수 있었을까. 게다가 그 1차원적인 자원이 3차원을 넘어 4차원적인 변신에 도전하고 있다면?
이 모든 일들은 스스로를 ‘나무꾼’이라 칭하는, 나무에 미친(?) CEO에 의해 실현되고 있다. 그는 목재를 트렌드의 선두자리에 세우는 데 일조했고, 터지는 열정과 아이디어로 끊임없이 도전하며 유쾌하게 구전을 뒤집었다. 아울러 이 시대의 나무꾼은 더 이상 단순하지도 무력하지도 않다는걸 보여주었고, 새롭고 도전적이며 ‘-ing’와 ‘do’를 사랑한다. 낙엽송 합판의 선구자에서 목재 디자이너, 이젠 고재 개발자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는 사람, 그는 바로 에이스 임업의 하종범 대표다.
# 목재, 디자인, 신제품, 그리고 열정
에이스 임업의 하종범 대표는 원자재를 가공해 새로운 2차 가공품으로 연 매출 70억의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해 목표는 100억. ‘소비자들은 목재에 대한 지식은 없어도 높은 수준과 감각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트렌드에 발맞추거나 트렌드를 창출해 내는 일도 목재인이 할 일이라고 강조한다. 이렇듯 그의 머릿속에서는 수시로 화산 터지듯 아이디어들이 터져 나온다. 과감함과 추진력, 열정은 국가대표급이라 역시 앉은 자리에서 개발 중이거나 출시 준비 중인 신제품 이야기가 물꼬를 튼다. 현재 개발 중인 신제품은 총 8가지로, 야심차게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신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
현재 공장에서 작업 중인 ‘라치와 버치(낙엽송과 자작)’ 외에 ‘낙엽송 스마트 루바 판재’가 있다. 단면으로 자른 목구면과 옆으로 자른 판목면의 무늬결을 집성해 합판에 붙인 것이다. ‘낙엽송 고스트 판재’는 MBC 건축박람회에 출품했던 작품인데, 낙엽송 중판의 무늬를 파서 엠보를 만들었다. 그 모양이 유령 같아서 고스트라 이름 지은 것이다. ‘낙엽송 코펜하겐 리브’, ‘빈티지 루바 판재’, ‘더그라스 고재 판재’ 등도 기대해도 좋을 야심작이다.
아이디어가 상당하다. 지금까지 개발한 제품들이 궁금한데.
국내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는 낙엽송합판은 나의 대표작이다. 천연무늬결을 살려 엠보싱 가공을 한 낙엽송 엠보합판이나 낙엽송 빈티지합판, 미끄럼방지 계단재 등도 해당된다. 자작나무 합판과 자작콤비합판도 베스트셀러고. 11가지 컬러의 낙엽송 컬러루바도 꾸준히 인기다.
최근엔 고재(古材)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고재는 엠보 가공만 하던 기존 낙엽송 합판에서 진보해, 목재에 엠보 가공, 쏘잉 가공을 더해 고재의 느낌을 인위적으로 연출한 제품이다. 앞으로 집성목, 특수목, 계단재, 마루, 루바, 구조재 등 모든 상품을 수종별로 고재화시킬 예정이다. 실제 고재와 70%까지 유사하게 만들 수 있는 기계도 구상을 마쳤다.
그 엄청난 아이디어의 원천은 무엇인가.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적인 제품들을 생산하고 싶다는 욕구가 아닐까?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다 보니 발명특허 3개에 실용신안 2개까지 보유하게 됐다. 집착이 강하고 매사에 3D로 사물을 관찰하는 버릇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요즘 건축계가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에이스임업은 유지 내지는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내가 개발한 제품들이 트렌드와 운 좋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난 도저히 이런 희열과 짜릿함을 포기할 수 없다.
목재를 디자인하기 시작한 특별한 계기라도 있는지.
1985년에 목재에 입문했다. 벌써 27년이나 됐다. 그동안 느낀 점이 있다면 많은 목재인들이 기존에 목재가 가지고 있는 무늬결에만 의존한다는 것이다. 그런 안일함을 비집고 MDF 비닐랩핑, 페이퍼랩핑이 급속히 퍼져갔다. 새로운 수종을 찾는 것도 한계가 있었고, 변화가 시급했다.
요리는 재료와 불, 조리법에 따라 전혀 다른 메뉴가 탄생되는데, 목재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목재를 인위적으로 합성하거나 가공하면 새로운 제품이 탄생된다는 것을 알고는 혁명가가 된 기분으로 목재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요령과 노하우가 생기면서 양산체제에 들어갈 수 있는 기계도 직접 고안해 만들었다.
# 목재 회사가 아닌 유행을 창조하는 회사를 꿈꾸다
현재 국내 낙엽송합판 시장에서 80%를 점유하고 있는 에이스임업은, 모진 시간을 견디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당시 생산 공정이 까다로워 이건과 선창과 같은 대기업에서도 손을 뗀 낙엽송을 유통하기 위해 하 대표는 중국과 러시아를 수차례 오고 갔고, 문전박대를 당해 가며 전국팔도로 영업을 다니기도 했다.
그러던 하 대표의 노력이 빛을 보기 시작한 건 2008년. 낙엽송 합판이 인테리어 마감재로 쓰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인테리어 트렌드가 모던에서 친환경, 클래식으로 바뀌어 가고, 엠보싱이 유행하면서 본격적으로 낙엽송합판의 시대가 열렸다.
경영 마인드가 궁금하다.
모 기업 광고 중에 ‘Do! Do! Do!’란 카피가 있다. 난 개인적으로 이 말을 가장 좋아한다. Do는 실행을 의미하지 않는가. 머릿속에만 머무는 아이디어는 죽은 것이다. 나는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키고 제품에 적용하며 생산하고 광고하고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올리는 작업까지 한다.
이것만으로도 남들보다 앞서나간다고 생각한다. 난 행동하고 있으니까. 직원들에게도 이 말을 강조한다. 어려운 일에 봉착했을 때 핑계 대지 말고 어떻게든 해결 방법을 찾아보라고 권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해답이 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이 있다면.
2013년 트렌드는 클래식일 것이다. 일례로 교촌치킨이 내추럴하고 클래식한 컨셉트로 리모델링에 들어가는데, 이곳에 들어가는 가구 브랜드에 우리 낙엽송 합판과 고재가 납품된다. 서울시내 70여 개, 전국 수백 개의 교촌치킨에 에이스임업의 존재가 각인되는 것이다. 이것을 기폭제 삼아 좀 더 디자인과 신제품 개발에 몰두할 생각이다. 그 제품들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우뚝 서는 모습을 보며 희열과 긍지를 즐길 것이다. 유능한 CEO이기 이전에 나무로 희로애락을 느끼는 순수한 열정가, 진정한 나뭇꾼으로 남기를 희망한다.
이윤원 객원기자 imwood@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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