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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양극화가 개선되고 있다고?

[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대선을 앞두고 극심한 양극화로 인해 '경제민주화'가 사회적 관심사로 급부상한 가운데 금융위기 이후로 일부 소득 불평등 지표가 숫자상으로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가계부채를 중심으로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빚을 내 부동산을 마련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소득 불평등이 개선되어 보일 뿐 실제로는 많은 가계가 '하우스 푸어'가 되어 엄청난 빚더미에 앉아있다는 것.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311로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전인 2007년의 0.312에 비해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8∼2010년에도 0.310∼0.314 사이에서 움직였다.

지니계수는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지표가 1에 가까울수록 소득이 불평등하게 분배됐음을, 0에 근접하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지니계수로 보면, 금융위기 이후로 불평등이 악화되지 않은 것이다.

소득이 아닌 자산을 기준으로 한 지니계수도 마찬가지다.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의 가계금융조사를 바탕으로 계산한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1년 0.632로 전년도 0.643보다 나아졌을 뿐 아니라 2006년 0.662에 비해서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해서 금융위기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러한 지표상의 개선은 통계적 착시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힘을 얻고 있다.

상명대학교 유경원 교수는 최근 한 기고문에서 "지표상 불평등도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문제"라며 자산의 지니계수가 개선된 이면에는 가계부채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자산의 불평등도가 개선된 것은 부동산과 같은 비금융자산에서의 불평등이 호전됐기 때문이다.

2006년 거주주택의 불평등도(지니계수)는 0.715에서 2011년 0.700으로 완화됐지만 이 같은 상황은 가계가 주택담보대출, 즉 빚을 내 부동산을 사들인 것에서 기인했다는 것이다.

가계가 집을 마련한 덕분에 지표상으로는 자산이 더 고르게 퍼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불평등이 개선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엄청난 빚을 지게 된 가계의 부채 문제가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결국 가계부채 문제가 터지게 되면 가계는 파산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부채 지니계수는 2006년 0.710에서 2011년 0.801로 껑충 뛰었으며, 지난해 담보대출 대출자 55.7%가 거주·비거주 부동산 구입을 위해 돈을 빌렸다고 답했다.

가계부채는 현재 1천조원 돌파를 바라보고 있으며, 이중 100조원이 올해 만기이고 10%이상 고금리 가계대출 비중은 금융위기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가계의 이자 상환 여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은의 가계금융조사에서 응답자의 89.6%가 "원리금 상환이 생계에 부담을 준다"고 답했으며, 이자부담이 늘어난 탓에 올해 1분기 가계의 경직성지출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빚이 많아도 상환만 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기화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부동산 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이자 부담조차도 버거운 수많은 '하우스 푸어'들이 양산되고 있어 가계대출,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으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을 키워 부채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기적으로 취약계층에 대해 금융접근성을 높이는 것과 함께 장기적으로 소득 여건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