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국민은행이 대출계약서 만기를 조작하는 것을 넘어 대출계약서 고객서명까지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서명을 위조한 대출계약서는 애초 신청한 대출금액보다 액수가 8배나 부풀려져 있어 금액 조작 의혹까지 일고 있다.
은행의
대출서류에는 금액 위조를 막기 위해 숫자가 아니라 한글이나 한자로 금액을 써 넣을 수 있고 숫자는 병기(倂記·함께 나란히 적는
것)만 허용되지만 국민은행이 보관 중인 이씨의 대출신청서를 보면 `이천사백만원'에 두 줄을 긋고 그 위에 숫자로
`192,000,000원'으로 고쳐져 있다.
국민은행이 직접 고객의 서명을 위조하고 금액까지 부풀렸다면 최근 드러난 대출계약 만기 조작보다 훨씬 심각한 범죄 행위여서 더 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의 이미지와 신뢰도에 다시 한 번 큰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관악구에 사는 이모(65·여)씨는 국민은행이 대출계약서의 서명과 대출금액을 위조했다며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국민은행이 이씨가 직접 작성한 대출신청서를 기초로 해 이씨 이름으로 대출계약서를 꾸미면서 금액을 애초 쓴 `이천사백만원'에서 `192,000,000원'으로 고치고 이씨가 직접 쓴 대출신청서 서명의 필체를 흉내 내 본인확인란 3곳에 위조된 서명을 적어넣은 것이다.
국민은행측도 금감원에 보낸 확인서에서 "당행 감사부의 조사 결과 대출계약서의 필체와 민원인(이 씨)의 필체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며 위조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이씨가 속한 재건축조합 사무실로 직원을 보내 서류를 꾸몄는데, 자필서명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지는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측의 해명대로 이씨의 서명을 은행직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 위조했더라도 은행측이 자필서명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며 국민은행 감사부도 확인서에서 "해당 직원이 본인의 자필서명 여부 등에 대한 면밀한 확인 없이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인정했다.
더 큰 문제는 이씨가 신청한 대출금이 애초 2400만원에서 1억9200만원으로 8배나 부풀려진 점이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이씨는 은행에 2400만원이 아니라 1억9200만원을 상환해야 한다.
이씨의 아들 최모(39)씨는 "서명이 위조되고 금액이 조잡하게 수정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대출은 강서구의 모 지점에서 취급됐으며, 당시 담당자는 다른 지점의 지점장으로 승진해 이동한 상태다.
국민은행은 대출금이 8배로 부풀려진 것과 관련, 조합원 8명을 대표한 이 씨에게 대출하는 것으로 조건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이라 세부적으로 확인해줄 수는 없다"며 "본인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금액이 변경된 건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은행은 은행의 여러 지점에서 중도금 집단대출과 관련한 서류 조작이 드러난 데다 서명 위조와 금액 변조 논란까지 일어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은 데다 대출서류 조작 의혹이 계속 문제시되자 비슷한 사례가 또 있는지 확인하려고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