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지난 3월 중국에서 국가안전위해 혐의로 체포돼 114일 만에 풀려난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49) 씨는 25일 중국 내 구치소에 구금됐을 당시 물리적 압박, 잠 안재우기 등 많은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 국가안전부 측은 김씨에게 `귀환조건'으로 중국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을 시인하고 각종 가혹행위를 한국에 돌아가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강요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에 적대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왜 가혹하게 대할까 이해를 할 수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씨는 안전부 측이 석방 직전까지도 가혹행위 문제를 무마하려고 자신을 설득했으며 구치소로 찾아온 안전부 간부로부터 `위에서 철저히 조사하라고 해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고문이 있었느냐'는 기자들 물음에는 "구체적인 부분은 다음에 밝히겠다"며 언급을 피했다.
`김영환 석방대책위' 측은 "구금자 중 한 명은 한 달 동안 앉아서 잠을 잤다고 한다. (공안이) 잠을 거의 재우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중국 안전부의 조사는 "관련된 사실을 이야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있는 모든 것을 이야기 하라는 식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범죄보다는 정보에 대한 조사에 중점을 두는 듯 했다"며 "(중국 측은) 우리들의 한국내 활동, 우리와 연관돼 활동하는
중국내 활동가들에 대해 알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체포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3월29일 오전 호텔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10분 정도 이동하는데 택시에 합승한 승객이 내린 뒤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들이 택시를 둘러싸 나를 검거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검거 당일 다롄의 한 호텔에서 조사를 받은 뒤 다음날 일찍 단둥시 국가안전국으로 옮겨져 4월28일까지 한달간 조사받았다고 전했다.
김
씨는 "개인적으로 검거될 때부터 `변호사와 영사 접견이 허용된 이후 진술하겠다'고 했는데 그들은 `변호사 접견은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다' `영사한테는 우리가 통보할테니 기다리라'고 말했다"며 "저는 영사접견 이후 답변하겠다고 말하고 18일간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무슨죄로 구금됐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는데, 4월28일 교도관의 컴퓨터를 옆에서 몰래 보면서 국가안전위해죄라는 혐의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중국 방문 배경과 관련, "오랜 인연을 갖고 활동해온 분들을 격려하고 지원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흘러나온 `고위급 북한인사 기획탈북 추진설'은 부인했다.
김
씨는 "안전부는 제가 누군지도 잘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며 "함께 구금됐던 동료 중 한 사람을 북한 보위부(국가안전보위부)가
지목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사람과 접촉해 나도 잡아들인 것 같다"며 "그날 중국인, 한국인을 포함해 7∼10명이
동시에 붙잡혔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부 측은 납치·테러 징후가 포착돼 (우리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랬다고 말했지만, (해당 동료에 대한) 감청·미행 등이 이뤄진 사실로 놓고 볼 때 납득하기 어렵다"며 북한당국과 연관 의혹을 제기했다.
`주체사상의 대부'로 불리는 등 주사파 운동권 핵심이었다가 1990년대 말 전향한 김씨는 이후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과 민주화를 위해 활동해왔으며, 지난 3월 강신삼, 유재길, 이상용 씨 등 동료 3명과 중국 다롄에서 탈북자 관련 회의를 하다 중국 공안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0일 강제추방 형식으로 석방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