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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고용' 삼성전자 中 하청업체, 노동력 착취에 각종 비리… 삼성 뭘 조사했나?

[재경일보 김상현 기자] 삼성전자의 중국 부품조립 하청업체인 HEG일렉트로닉스(Huizhou)가 중국의 노동법을 위반한 사실이 미 NGO 단체의 보고서를 통해 드러나 국제적인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노동감시기구(CLW)가 발표한 '삼성전자 하청업체 공장의 미성년자 노동 착취(Samsung Factory Exploiting Child Labor)'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이 회사의 노동력 착취와 비리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CLW는 보고서에서 노동환경 문제로 도마에 올랐던 애플의 위탁 생산업체 폭스콘 공장에 비해 근무 환경이 훨씬 더 열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서 조사를 실시했다던 삼성측이 이런 문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해명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CLW는 지난 6~7월 두 달간 한 명은 공장에서 일하면서, 두 명은 외부에서 노동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조사를 벌였는데, 글로벌 기업이라고 하는 삼성전자가 두 번에 걸쳐 실시한 조사가 NGO 단체만도 못했던 셈이다. 사실은 은폐하거나 축소하지 않았다면 삼성의 조사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9일 재경일보가 입수해서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폰, DVD, 스테레오 장비 및 MP3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중요한 협력사 HEG일렉트로닉스에는 현재 약 2000여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18세의 학생 노동자들이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는 학생 노동자들이 전체 노동자의 80% 수준까지 증가하고 그 밖에는 6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학생노동자들은 대부분 18세 이하여서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대부분이 18세 이하의 청소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성년자 고용도 쉽게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보고서에 첨부된 사진에 등장하는 청소년의 모습도 너무 어려보여 나이 판단이 어려울 정도다.

▲ 휴식을 취하고 있는 학생 노동자들과 미성년자 노동자들.
▲ 휴식을 취하고 있는 학생 노동자들과 미성년자 노동자들.

게다가 HEG는 노동자 고용시 학생의 신분(ID)조차 확인하지 않고 있다. 특히 직업학교의 교사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법률이나 계약서 등의 허술한 구멍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HEG는 직업학교 출신의 학생 노동자들을 계약할 때 당사자가 아닌 교사와 노동계약서를 체결했는데, 교사들은 미성년자들에게 가짜 ID나 본적을 제공하기도 하기도 하며 때로는 인턴십 과정에 있는 자신들의 학생들 가운데 미성년자들을 살짝 집어넣기도 했다. 또 그럴듯한 구실을 통해 미성년자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불법적인 채널을 만들기도 한다. 또 2~3달 동안의 인턴십 과정동안 급여를 지급하지 않다가 인턴십이 모두 끝나고 학교로 돌아온 후에야 지급했고 교통비나 의료비는 임금에서 깎았다. 이 같은 구조적인 비리는 삼성 측에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은 지금까지의 조사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HEG는 오리엔테이션 교육 후에 노동자들과 2장의 노동계약서를 계약하지만 노동자들에게 복사본을 주지 않아 자신들의 이익과 권리를 주장할 수 없도록 했다. 또 계약서 전체 사인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계약서의 상세한 사항들을 설명하지 않아 그들의 권리, 임금 등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했다.

또 HEG는 미성년자가 발견되어도 일을 그만하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오히려 발견되지 않도록 공장 밖의 임대된 기숙사로 미성년자들을 도피시켜 감사의 눈길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력 착취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주5회 근무 8시간 근무가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주 6회 11시간 노동이 이뤄져 18세 이하의 청소년들이 매달 26~28일 일해야 했다.

CLW 설립자인 리창은 “폭스콘의 주당 노동시간은 60시간인 데 반해 삼성전자 하청업체는 66시간으로 더 길고, 월급은 폭스콘의 3분의 2 수준인 1020위안(약 18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때로는 노동력이 부족하거나 상부의 명령이 있으면 매달 1~2일 밖에 쉬지 못했고, 휴가는 물론 병가도 얻지 못하면서 노동력을 혹사 당했다. 특히 삼성전자 제품 생산라인은 11시간 이상 서서 일해야 했다.

이 같은 노동력 착취를 당하면서도 이들의 시간당 임금은 법적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8위안(약 1400원)에 불과했다. 시간외노동을 요구하면서도 연장근로수당은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 또 노동자들은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물과 전기 사용료 30위안(약 5300원)을 내야 했다. 일자리 소개비 200~300위안(약 3만5000~5만3000원)를 받기도 했다.

또 이 회사는 업무 시간 동안 노동자들을 엄격하게 관리했고, 때로는 늦게 움직이거나 실수했다는 이유로 공장 복도에서 노동자를 때리기도 하는 등 비인간적으로 대우했다.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서서 일하거나 자기비판서(반성문)를 쓰고 벌금을 내는 처벌을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고온에서 일해야 하는 데다 휴대전화 부품을 에틸 알코올 등 화학약품을 이용해 세척하는 경우도 있지만, 관련된 안전 교육은 전혀 없었다. 응급실이나 응급조치키트는 없었고, 상해를 입어도 감독관으로부터 약을 받는 것이 전부였다.

중국노동감시는 보고서에서 “인터텍(삼성전자 요청으로 하청업체 노동현장 감사를 벌인)의 감시자들이 공장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하는 대신 불법을 눈감는 사례도 적발됐다”며 “실제로 인터텍의 감사보고서가 이런 문제로 무효가 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