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삼성전자가 중국 부품조립 하청업체 HEG일렉트로닉스의 미성년자 고용을 묵인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의 미성년자 고용 논란은 지난 7일 미국의 비영리 단체 중국노동감시기구(CLW)의 문제제기가 외신을 통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이 단체는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위탁 생산하는 대만 팍스콘 중국 공장의 미성년자 고용 문제를 고발했던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근로환경 현장조사를 분기마다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3월과 5월에 실시했는데 불법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8일 재경일보가 CLW의 보고서를 입수·확인해본 결과, 삼성 측의 조사 이후가 아닌 조사 당시에도 미성년자가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삼성 측의 조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CLW의 조사관은 6월과 7월 공장에서 일하며 미성년자들을 인터뷰해 확인한 내용을 근거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는 자신이 근무한 부서에서만 16세 이하 미성년자 7명이 일하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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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서 첫 페이지 |
주목할 부분은 Wu AXiaofang(여·14세)이 지난 2월6일에 고용됐다는 사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끔씩 일하는 모습이 발견됐다는 Wu AXiaofang은 3월과 4월 기숙사에서 공장으로 가는 도중에 계단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병가 요청도 거부했다. 임금도 아파서 쉬었던 6일치를 깎았다.
5월 하순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아파서 지각을 했고 조기퇴근을 요구했지만 관리인이 허가하지 않았다. 너무 아파서 일하지 못하고 3일을 기숙사에서 쉬었는데 3일치 임금을 깎았다. 또한 아무런 이유없이 6월 하순에 해고 통보를 받고, 7월에 쫓겨났다. 조사관은 Wu AXiaofang이 울며 이같은 사실을 말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조사관은 Hunan Yuandong Vocational and Technical School 출신의 학생노동자가 4월27일 이 공장에 일한 10명 이상의 미성년자가 있었고, 이들은 Huiyang Diyu사의 기숙사에서 지냈다고 밝힌 것도 근거로 들었다.
삼성 측이 조사를 실시했다는 3월과 5월 당시에도 미성년자들이 버젓이 일하고 있었던 셈이다.
보고서는 미성년자 고용이 HEG일렉트로닉스의 취약한 내부 감시 체계로 인해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학생의 신분(ID)을 확인하지 않으며, 미성년자가 발견되더라도 일을 그만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지 않도록 공장 밖의 임대된 기숙사로 미성년자들을 도피시킨다는 설명이다.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70% 수준이며, 때로는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을 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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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식을 취하고 있는 학생 노동자들과 미성년자 노동자들. |
보고서는 이 회사 전체에 고용된 미성년자수는 조사관이 다른 부서에 접촉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밝혀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CLW는 이 회사에서 미성년자 고용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회사 전체 노동인력의 80%가 학생노동자고 50~100명의 미성년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CLW의 조사관이 밝혀낸 이 같은 사실들을 삼성 측에서는 전혀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삼성 측의 분기별 근로환경 현장조사가 미흡하거나 형식적임을 의심해볼만한 부분이다. 또 알면서도 묵인했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간 현장조사 당시 보고서에 나온 미성년자 고용 사례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못했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며, 올해 두 차례 현장조사에서 불법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기존 입장만 전했다.
또한 그는 "조사단이 오늘(9일) 출국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출발시간 및 조사일정에 대해서는 내부사정이라 밝힐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