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인천공항 지분 매각을 통한 인천공항 민영화, 수서발 KTX 운영권에 대한 민간사업자 선정을 통한 KTX 민간개방(KTX 민영화), 산은금융지주 증시 상장을 통한 산은금융지주 민영화 등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공공기관 선진화(민영화) 정책 등 핵심 국책사업이 정치권 반대 등으로 사실상 중단됐다.
핵심 과제를 늦어도 새 정부 초기까지 끝내겠다던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기로 한 것은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정치권 안팎의 반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정부 안팎에서는 이 과제가 기약 없이 연기돼 다음 정권에도 물 건너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국회와 정부 각 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정치권 반대에 부딪힌 데다 부처간 엇박자까지 불거진 인천공항 지분 매각을 위한 법 개정안을 이번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인천공항에 대해 내년에 증시 상장을 추진하되 올해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으나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국회에 법안을 제출해야 한다"며 "정부입법으로 할지, 의원입법으로 할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여전히 인천공항 민영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 지분 매각 자체가 쉽지 않게 됐다"며 "여야가 모두 반대하고 있어 법 개정안을 제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서발 KTX 운영에 대한 민간 참여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내년 초에 사업자를 선정키로 했으나 역시 정치권 반대로 연내 공고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산은금융지주 민영화도 사실상 물건너 갔다.
올해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산은금융지주 민영화와 관련해 기재부는 지난 6월 초 해외에서 발행한 채권에 대한 정부 지급보증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산은 해외 채권에 대한 정부 지급 보증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상장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이 민영화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들고 나온데다 여당까지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국회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 지분 매각과 산은금융 증시 상장, 수서발 KTX 운영권 민간사업자 선정 등의 과제는 추진 시기가 늦어지거나 완전히 무산되거나 정책방향이 아예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아울러 현재 정책금융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매각도 한진그룹의 단독 입찰 참여로 인한 흥행실패와 정치권에서 불거진 특혜시비로 연내 매각이 불발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야당은 한진그룹에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고 여당도 항공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민영화는 할 수 있으나 입찰은 경쟁체제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위원장인 주승용 의원(민주통합당)은 "정부가 `공기업 효율화'를 내세워 공항과 철도, 국책은행 등 일부 돈 되는 공기업을 팔거나 민간위탁을 강행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과 산은금융 민영화, KTX 운영권 민간참여 등에 대해 반대 여론이 높아졌다"며 "다음 정부에서 재검토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어 정책 자체가 폐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