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23일 오후 6시40분께 강원 강릉의 한 시멘트 공장 채석장에서 대규모 낙석사고가 발생, 인부 4명이 매몰됐다가 2명은 구조됐으나 나머지 2명은 실종됐다. 구조된 중장비 기사 2명도 중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이 사고는 강원 강릉시 옥계면 자병산(해발 801m) 자락에 있는 라파즈 한라시멘트 채석장에서 일어났으며, 채석장 정상에서 엄청난 양(수만여t 추정)의 낙석이 100m 아래 작업장을 덮쳐 덤프트럭 기사 최모(54)씨 등 중장비 기사 4명이 돌더미에 매몰됐다.
사고 직후 홍모(58·덤프트럭)씨와 윤모(53·굴삭기)씨는 자력으로 탈출하거나 119구조대 등에 의해 구조돼 강릉 아산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지만 최씨와 김모(56·착암기)씨 등 2명은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들 인부 4명은 계단식으로 된 채석장에서 65t 초대형 덤프트럭(2대)과 착암기(1대), 굴삭기(1대) 등 각자의 중장비를 이용해 채굴작업 중이었다.
사고 20여 분 뒤인 오후 7시5분께 119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30여 분만인 오후 7시36분께 도착했으나 수만t의 낙석이 현장을 뒤덮어 구조작업에 엄두를 내기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다행히 굴삭기 운전자 윤씨가 119구조대 도착 직후 사고현장에서 자력으로 탈출했고, 오후 8시3분께 덤프트럭 운전자 홍씨가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한편, 엄청난 엄청난 양의 낙석으로 2명이 실종되고 2명이 다친 사고의 원인을 둘러싸고 '폭우로 인한 재해냐, 무리한 작업에 따른 사고냐' 등 여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사고가 난 광산은 지하 갱구가 아니라 해발 800m 부근의 고지대에 있는 계단식 노천 채석장으로, 경찰은 채석장 정상 부근에서 엄청난 양의 낙석이 순식간에 100여m 아래 작업장을 덮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연이은 폭우로 약해진 지반 탓인지, 채석 후 쌓아둔 석회 암석들이 낙석사고를 키웠는지 등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야간 발파작업을 금지한 수칙을 어기고 무리하게 작업을 하다 발파진동으로 인해 사고가 났는지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난 옥계지역은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49.5㎜의 비가 내렸다. 이달 들어 9일간 내린 비의 양은 모두 124.5㎜로 엄청난 양의 낙석사고를 초래할 정도의 많은 양은 아니었다는 분석이지만 사고 직후에도 사고 현장에는 부슬비가 내린데다 채석장이 산간 고지대에 위치해 저지대보다는 많은 양의 비가 내렸을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연이은 폭우로 약해진 지반 탓에 채석장 정상 부근 낙석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다 발파 후 미처 운반하지 못한 채 계단식 작업장 곳곳에 쌓아둔 석회암석이 토사와 함께 작업장을 덮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석회암석 발파용 착암기와 이를 실어나르는 초대형 덤프트럭이 함께 낙석에 매몰된 점으로 볼 때 발파 진동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야간에는 발파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작업수칙을 어기고 무리하게 발파작업을 강행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라파즈 한라시멘트㈜는 강원 강릉시 옥계면 산계리에 소재한 라파즈 그룹의 한국 법인으로, 지난 1978년 창립된 한라시멘트㈜가 한라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건축자재 분야에서 170년의 역사를 지닌 프랑스의 라파즈 그룹에 매각돼 지난 2000년 1월 라파즈 한라시멘트㈜로 출범했다. 다국적기업인 라파즈는 시멘트 분야에서는 세계 1위로, 48개국에 160개 생산공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997년 10월 4호까지 생산라인을 완공한 옥계 공장은 연 74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기업전용 항구인 옥계항을 통해 전 세계로 다양한 시멘트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