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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비밀계좌 신고금액 1천억 넘어… 지난해보다 14배 급증

[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개인이 올해 국세청에 신고한 스위스 비밀계좌 신고금액이 1천억원을 넘어 지난해보다 14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한국인의 스위스 비밀계좌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또 10억을 초과한 해외금융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은 652명에 금액은 18조6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지난 6월 10억원을 초과한 해외금융계좌 신고결과, 652명이 5949개 계좌에 18조6천억원을 넣어둔 것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발표했다.

신고인원은 첫 신고를 받은 지난해보다 24.2% 늘어났고, 액수는 무려 61.8%나 증가했다.

개인은 302명이 1059계좌에 2조1천억원을 신고, 인원은 43.1%, 신고액은 115% 급증했다.

개인 1인당 평균신고금액은 69억원으로 작년 46억원에 비해 50% 늘었다.

법인은 350개 법인이 4890개 계좌에 16조5천억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 인원은 11.5%, 신고액은 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 평균신고금액은 471억원으로 지난해의 335억원보다 41% 증가했다.

올해 신고의 특징은 개인의 스위스계좌 신고액과 국외 주식계좌 신고액이 대폭 늘어났다는 것으로, 스위스계좌 신고액은 지난해 73억원에서 올해 1천3억원으로, 주식계좌 신고액은 2조5천억원에서 9조2천억원으로 급증했다.

스위스계좌 신고자 수는 지난해 5명 이하에서 올해 10명 정도로 늘었으며, 수백억원을 보유한 개인 몇 명이 신고해 전체 규모가 커졌다.

남판우 국세청 국제세원관리담당관은 "7월25일부터 개정된 한국·스위스 조세조약이 발효돼 조세정보 접근이 가능해지고 역외탈세 조사의 성과가 가시화한 점이 고액계좌 보유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자진신고자에 대해서는 비밀을 보장하고 소명 요구 등 세무간섭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액은 개인의 경우 20억원 이하가 47.7%로 가장 많았고, 50억 이상도 22.8%나 됐다.

법인은 50억원 이상이 48.6%를 차지했다.

개인 계좌의 국가별 분포는 인원수 기준으로 미국(144명), 홍콩(36명), 일본(34명)의 순이었지만, 금액으로는 일본(9188억원), 미국(5680억원), 싱가포르(1465억원) 순이었다.

유형별로 보면 계좌수는 예·적금 94.5%, 주식 2.8%로 예·적금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금액은 주식(49.4%)과 예·적금(48.9%)이 비슷했다.

국세청은 정보교환 자료, 외국환 거래자료 분석을 통해 이번에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혐의자 41명을 추려 기획점검에 착수했다.

점검결과 신고의무 위반이 확인되면 미신고액의 최고 10%를 과태료로 부과하고 국외자금원천, 소득 탈루 여부 등을 검토해 탈세혐의가 드러나면 즉시 세무조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한승희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은 "앞으로 정보수집 역량을 강화하고 국외금융계좌 관련정보를 면밀히 분석해 미신고자를 적발하겠다"며 "동시에 국외 재산은닉에 대해선 세무조사를 통해 끝까지 추적·과세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