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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한국 신용등급 `A'→`A+' 상향조정… 3대 국제신평사 모두 올려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14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불과 19일 사이에 지난달 27일 무디스(A1→Aa3), 지난 6일 피치(A+→ AA-)에 이어 S&P까지 3대 국제 신평사가 모두 한국의 신용등급을 높이는 쾌거를 맛보게 됐다.

이번 등급 상향으로 민간 부문의 자금 조달 금리가 감소하고, 우리나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떨어지는 등 효과가 기대된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올렸다고 밝혔다. 등급전망은 `안정적(stable)'을 부여했다.

S&P의 상향 조정은 2005년 7월 `A-'에서 `A'로 올린 지 7년여 만이다.

하지만 여전히 신용등급을 짜고 깐깐하게 매기는 S&P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은 외환위기 전 등급(AA-)이나 현재 일본과 중국의 등급(AA-)보다 한 단계 밑이다. 또 `더블A'급인 무디스나 피치 등급보다도 한 등급 아래다.

S&P는 북한 리스크 때문에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S&P가 이번에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높인 것도 북한 리스크 감소가 한 몫을 했다.

S&P는 상향 조정 이유로 북한 리스크 감소, 우호적인 정책환경, 재정 건전성 강화, 양호한 순대외부채 수준 등을 들었다.

S&P는 가장 먼저 북한의 권력승계 과정이 순조롭고, 북한의 급작스러운 붕괴나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위험이 줄었다는 판단 아래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예정보다 덜 부정적으로 봤다.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제시한 것도 북한이 3~5년간 정치적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며 대북 리스크를 언급했다.

기재부는 S&P가 대북 리스크에 대한 시각이 변한 것은 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주요 신용평가사를 상대로 한반도 정세와 전망을 여러 차례 설명해 신용평가사들을 안심시키는 등 효과적으로 잘 대응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S&P 관계자들 제일 관심을 두고 물어본 사안은 새로 등장한 리더십이 과연 안정적인 통치기반을 유지할 수 있느냐, 또 하나는 국지적 무력충돌 가능성을 있다고 보는지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 차관보는 "일반 매체에 보도되기 어려웠던 사항까지 언급하면서 그쪽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신제윤 차관이 뉴욕에서 S&P 고위관계자를 만나 (상황설명을) 업데이트해줬던 점도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2012년 일반정부의 순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1%로 추정되는 등 재정건전성이 돋보인 점도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이유였다.

S&P는 언론 발표문 외에 추가로 제시한 리서치 자료에서 자신의 평가는 한국의 우호적인 정책환경과 재정 건전성, 양호한 대외부채를 꼽았다.

한국이 2000년 이후 거의 매해 일반정부(중앙·지방정부 포함) 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올해 일반정부 수지가 흑자를 기록했고 올해 일반정부의 순부채 수준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1%로 추정하면서 적당하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침체로 경제지표가 둔화하고 있으나 효율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결정과정이 성장 촉진과 내수 안정에 기여하는 점과, 낮은 순대외부채와 경상수지 흑자를 기반으로 대외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을 확보했다는 점도 S&P는 높이 평가했다.

S&P는 "앞으로 몇 년간 지속가능하고 강한 성장을 통해 1인당 GDP가 제고되거나 단기 차입 축소로 은행 시스템이 강화되면 추가로 상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S&P는 대북 리스크를 여전히 우리나라 신용등급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았다.

S&P는 북한의 정치 불안으로 북한 체제가 붕괴돼 통일이 갑작스레 진행되거나 한반도 안보위기가 계속 확대되면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향후 시나리오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등급을 하나 또는 그 이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또 자산 건전성이 나빠져 금융시스템이 크게 저해되면 하향 조정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S&P는 올해와 내년 실질 GDP 성장률이 평균 2.8%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경기 둔화와 민간 부문의 부채 증가 둔화정책을 고려했을 때 한국의 경제지표가 향후 1~2년 상대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와 무디스도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5%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종구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그간 다른 신평사보다 보수적으로 등급을 주던 S&P가 이번에 상향조정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북한 리스크가 어느 정도 완화됐다고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국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추세에서 3개 신평사가 우리 등급을 모두 상향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2011년 이후 A레벨 이상 국가 중에 같은 해에 3개 신평사가 모두 등급을 올린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한국 등급이 같은 해 3곳에서 모두 오른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과거에도 2차례뿐이었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S&P는 이날 수출입은행, 정책금융공사, 주택금융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등급도 올렸다.

기재부는 "공기업과 국책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은 국가신용등급 상향에 즉각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받는 편이다. 민간부문도 개별적으로 점차 조정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되면 외국에서 자금을 끌어올 때 붙는 가산금리도 떨어진다.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들면 그만큼 기업에는 이득이다.

최근 가산금리를 보면 산업은행이 지난 6일 10년물을 155bp(1bp=0.01%)에, 농협은 지난 11일 5년물을 165bp에,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2일 10년물을 150bp에 각각 외화채권을 발행했다.

2011년 8월 이후 국책은행의 10년물 평균 가산금리가 270bp 수준인 점에 견줘 가산금리 부담이 훨씬 줄어든 것이다.

우리나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졌다. 이는 부도 위험 감소를 의미한다.

지난 8월 24일 107bp에서 지난 13일 74까지 떨어져 20일 사이에 33bp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99→80)이 19bp, 일본(81→67)이 14bp, 호주(63→51)가 12bp, 인도네시아(167→145)가 22bp 하락한 점에 비춰 변동폭이 크다.

대외적으로 국가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져 수출 증대 등에도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한국물에 대한 투자심리 개선으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