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불과 19일만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상향 조정받는 쾌거를 이뤘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S&P가 이날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등급 올리면서 불과 19일 만에 한국은 3대 국제신평사의 등급이 모두 상향조정됐다.
작년 이후 `A 레벨' 국가 가운데 3대 국제신용평가사의 등급이 같은 해에 모두 올라간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또 우리나라가 같은 해에 3대 신용평가사 모두로부터 등급이 올라가는 성적을 거둔 것은 `BBB-'에서 `BBB' 등급으로 상향조정됐던 1999년, `BBB+'에서 `A-'(피치는 A)로 올라갔던 2002년 2차례뿐이었다. 특히 한 달 만에 이 같은 신용등급 상승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3개사 종합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신용등급은 15년 만에 최고 성적을 거뒀다.
S&P의 조정으로 우리나라는 1996년 6월~1997년 10월 보유했던 최고 등급을 회복했다. 당시 S&P와 피치가 'AA-', 무디스는 'A1(A+와 동급)'을 매겼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신평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뒷북대응' 한다는 비난을 많이 받아 내릴 때는 과감하고 빠르지만 올릴 때는 아주 신중한 모습이었다"며 "그런데도 1997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건 사실상 당시 수준 이상의 등급을 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세계 경기 침체에도 한국 경제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찬사를 보낸 것은 종합 경제력을 근거로 한 평가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신용평가사의 출제 범위와 채점 기준을 보면 빚을 갚는 능력만 보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체를 보고 종합평가를 내린다"며 "국가신용등급이 빚 갚는 능력, 재정건전성만 보는 것이지 종합 경제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실제로 S&P의 국가신용등급 방법론을 보면 이 발언에 신뢰가 생긴다.
▲정부 제도 집행의 효율성과 정치적 위험 ▲경제구조와 성장 전망 ▲대외유동성과 국제투자대조표 ▲재정건전성 ▲통화정책의 유연성 등이 평가의 핵심 요소다.
재정건전성은 5가지 평가 요소 중 하나일 뿐이며,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적 요인도 두루 살핀다는 뜻이다.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기재부는 올해 초 3개 신용평가사와 연례협의를 앞두고 경상수지흑자의 지속 여부, 위기 대응능력, 북한 리스크 등 지정학적 위험이 연례협의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S&P 관계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 여부와 남북의 무력충돌 가능성이었다고 기재부가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얘기다.
신용등급이 미래가 아닌 과거에 대한 후행 평가라는 관전평도 기재부 관계자는 해명했다.
그는 "과거에 어떠했기 때문에 점수를 잘 주고 앞으로 (경제가) 안 좋아지는 것에는 개의치 않는다는 주장은 잘못이다"고 말했다.
무디스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장기 경제전망 등 경제구조 ▲정부 정책의 예측가능성 등 정부의 능력 ▲재정건전성 ▲대외충격 민감도 등을 국가신용등급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평가해 등급을 매길 때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는 "신용평가사 관계자와 여러 차례 만나 대화해보니 그들은 과거보다 미래에 초점을 둔 질문을 더 많이 했다"면서 "우리가 고쳐나가고, 분발해야 할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신용등급이 오른 것에 자신감을 두고 열심히 하면 등급이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