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10∼30년간 일정액을 적립해 만55세부터 5년 이상 원리금을 연금처럼 타 쓰는 장기 저축상품인 연금저축 상품의 지난 10년간 수익률이 은행 정기적금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절세효과(연간 400만원 한도 소득공제)를 누리면서 노후 준비도 할 수 있어 인기를 끌면서 고령화 시대를 맞아 필수 금융상품으로 자리잡았지만 금융사의 과잉 수수료와 자산 운용·관리 소홀로 실제 수익성은 은행에 적금하는 것만도 못한 낙제 수준으로 나타난 것.
또 연금저축은 오래 유지해야 수익을 거둘 수 있는데 계약자의 40∼60%는 10년도 안 돼 해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연금저축 수익률에 영향을 주는 수수료와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적립금 담보대출 금리 인하를 추진하기로 했다.
16일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가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자산운용사의 연금저축펀드를 비교해 내놓은 `금융소비자 리포트 제1호(연금저축)'에 따르면, 연금저축의 10년 누적 수익률은 채권형을 기준으로 연금저축펀드(42.55%, 자산운용사), 연금저축신탁(41.54%, 은행), 연금저축보험(생명보험사 39.79%, 손해보험사 32.08%) 순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수익률로 환산하면 펀드 0.82%, 신탁 0.35%, 생보 0.33%, 손보 0.27%였다.
이 밖에 펀드의 주식형은 1.02%, 혼합형(주식+채권)은 0.82%다.
이들 연금저축 수익률은 펀드, 신탁, 보험 모두 10년간 은행 정기적금 수익률 48.83%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10년간 은행 정기적금 금리는 평균 연 4.5%였고, 복리로 따지면 50%를 넘어 연금저축보험은 물론 채권형 신탁이나 채권형 펀드보다 수익률이 높다.
연평균 수익률로 환산하면 펀드는 4.26%, 신탁은 4.15%, 생보는 3.98%, 손보는 3.21%에 불과해 같은 기간 은행의 정기적금 연 평균 금리인 4.84%를 모두 밑돌았다.
`고위험 고수익' 형태의 자산운용사의 주식형 연금저축펀드는 10년간 수익률이 122.75%로 채권형과 금리연동형보다 크게 높았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149.6%라는 점을 고려하면 역시 시세를 따라가지 못했다.
금감원 김용우 소비자보호총괄국장은 “연금저축은 해마다 수수료를 떼는 데다 금융회사가 연금자산 관리·운용에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금저축에 가입할 때 중요한 고려 요소인 금융회사들이 떼가는 수수료율은 상품마다 부과 방식이 다른데, 첫해 연금저축 수수료율은 손보 13.97%, 생보 11.12%로 보험이 펀드(0.78%)와 신탁(0.77%)에 비해 10배 이상 높았다. 30년째엔 생보 0.07%, 손보 0.10%로 보험이 신탁(0.81%)과 펀드(1.24%)보다 낮아졌다.
보험은 가입 초기에 수수료를 많이 떼고 시간이 지날수록 적게 떼 5년 내 중도 해지하면 보험고객이 다른 업권의 고객보다 더 큰 손해를 본다. 펀드는 수수료가 점점 많아진다. 신탁은 다른 상품보다 비교적 일정하게 수수료를 매긴다.
권역별 수수료율 차이를 반영해 현재부터 5년이 지난 15년 누적 수익률을 추정하면 생보(76.15%), 펀드(69.74%), 은행(67.61%), 손보(60.28%) 순이다.
김 국장은 "손보사의 경우 15~30차년 수수료율이 0.10%로 똑같은데 생보사처럼 점점 떨어지는 구조로 개선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생보사는 15~30차년 수수료율이 0.14(15차년)→0.11(20차년)→0.09(25차년)→0.07%(30차년)로 낮아지게 책정했다.
김 국장은 또 실망스런 저축연금 수익률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고려하면 정기적금보다 나을 수 있다"며 "연금저축은 10년 이상 가입하는 초장기 상품인 만큼 미래 수익률을 보고 설계됐다"고 말했다.
연금저축의 수익 변동성은 채권형 기준으로 손보(0.03%), 생보(0.04%) 등 보험이 가장 작고 신탁(0.28%), 펀드(0.38%)는 상대적으로 컸다.
변동성은 수익률이 높아지거나 낮아질 가능성을 의미한다. 변동성이 클수록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마이너스 수익률의 위험도 크다.
극단적으로 주식형 연금저축펀드를 예로 들면 월평균 수익률 1.02%에 변동성 5.87%를 적용하면 기대 수익률은 1.02±5.87%(-4.85~6.89%)다.
연금저축을 10년간 유지한 비율은 평균 52.4%에 불과, 장기상품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가입자 절반이 중도해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사(63.3%)와 자산운용사(52.9%)의 유지율이 평균을 웃돌고 손보사(44.9%)와 은행(44.2%)은 평균을 밑돈다.
연금저축은 중도해지 시 기타소득세 22%가 부과된다. 특히 가입 후 5년 안에 해지하면 해지가산세 2.2%가 추가돼 원금마저 까먹는다.
김 국장은 “연금저축은 초장기 상품인 만큼 오래 유지해야 가입자에게 유리하다”며 “가급적 20년 이상이나 종신형으로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일시 납입 중지(신탁ㆍ펀드)나 보험료 감액제도(보험), 다른 연금저축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권역·회사간 계약이전 제도 등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또 급전이 필요한 경우에도 해지보다는 연금저축 적립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게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금감원은 연금저축 적립금 담보대출은 일반 예금담보대출보다 낮은 금리가 적용되도록 2%대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찾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연금저축 상품 수수료 체계의 적정성을 검토해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는 내리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취지에서 이날 보고서를 처음으로 발간했다.
보고서 원문은 금감원 홈페이지(www.fss.or.kr)에 실렸다.
이번 보고서는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기로 한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결과물이지만 최고·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 등을 구체적으로 안내하지 못하고 내용이 그동안 민간단체나 보험협회 등에서도 제공해온 단순 정보 제공에 맞춰져 실망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보고서가 너무 많은 내용을 담다 보니 산만하고 이해하기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