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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7인치대 아이패드 미니 공개… 한국, 1차 출시국 포함

[재경일보 김윤식 기자] 애플은 23일(현지시각) 미국 새너제이의 캘리포니아 극장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첫 7인치대 태블릿PC '아이패드 미니'를 공개했다.

"지난해 3월 발표된 아이패드2 수준에 크기만 줄였다", "기존 7인치 모델보다 가격만 비싸다" 등의 실망스런 평가가 나오면서 아이패드 미니 발표에도 불구하고 애플 주가가 2.5%나 곤두박질치는 등 시장의 반응은 일단 싸늘하다.

하지만 애플의 지지층이 견고한 만큼, 실제 판매 실적이 어떻게 나타날지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 한국은 1차 출시국에 포함돼 내달 초면 아이패드 미니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제품 소개를 맡은 애플의 마케팅 담당 필 실러 애플 수석부사장은 '아이패드 미니'를 구글의 7인치 태블릿PC '넥서스7'과 직접 비교하며 "그들의 것(넥서스7)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으며 더 두껍고 무겁다"면서 "그러나 아이패드 미니는 (가볍고 얇은데도) 화면은 49% 더 넓다"고 강조했다.

아이패드 미니는 화면 크기가 기존 아이패드(9.7인치)보다 줄어든 7.9인치이지만 해상도는 아이패드2와 같은 1024×768이다. 화면 밀도는 162ppi(인치당 화소 수)가 됐다.

크기는 작아졌지만 해상도는 아이패드2와 똑같고, 화면 비율은 3세대 뉴아이패드와도 같다.

두께는 7.2㎜, 무게는 308g(0.68파운드)으로, 아이패드2에 비해 두께는 23%, 무게는 53% 줄였다.

화면이 앞서 공개된 구글의 넥서스7(7인치)보다 다소 큰데도 무게는 340g의 넥서스7보다 가볍다.

화면 크기와 휴대성 면에선 아이패드 미니가 매력 있다는 평가지만 기대했던 해상도는 아니라는 평가다. 이미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뉴 아이패드를 선보인 마당에 아이패드 미니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디자인 면에서는 화면 테두리(bezel) 두께가 상하좌우 일정했던 기존의 아이패드와 달리 좌우로는 얇고 상하는 두껍게 바뀌었다. 색상은 이전 제품과 마찬가지로 검은색과 흰색으로 출시됐다.

프로세서로는 아이패드2에 사용했던 A5를 장착했으며 배터리 사용 시간은 최대 10시간이다.

영상통화(페이스타임)를 위한 전면 HD 카메라를 장착했으며 뒷면 카메라는 500만 화소다.

가격은 당초 업계와 외신에서 예상한 249달러 수준보다 높게 책정됐다.

와이파이(Wi-Fi, 무선랜) 전용 아이패드 미니는 16GB(기가바이트)와 32GB, 64GB 모델로 출시됐으며 가격은 각각 329, 429, 529달러로 책정됐다. 3세대(3G)와 LTE(롱텀에볼루션)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모델의 가격은 저장장치 용량에 따라 459~659달러다.

이는 경쟁 제품인 아마존의 킨들파이어HD와 구글의 넥서스7의 가격 199달러보다는 비싼 것이다. 같은 용량의 16GB 와이파이 전용 모델의 경우, 넥서스7은 249달러인 반면, 아이패드 미니는 329달러로 80달러 더 비싸다.

아이패드 미니(와이파이 전용)는 26일부터 예약판매하며 11월2일 출시된다. 한국은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30여개국과 함께 아이패드 미니의 1차 출시국에 포함됐다.

그러나 아이패드 미니의 LTE 주파수가 국내 이동통신사들인 SK텔레콤이나 KT와 맞는지는 이날 발표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 4세대 아이패드·새 아이맥도 공개

애플은 이날 전작 뉴 아이패드보다 중앙처리장치(CPU) 기능이 개선되고 LTE(롱텀에볼루션) 지원 주파수가 다양해진 4세대 아이패드와 레티나 화면을 장착한 새 13인치 맥북 프로, 새 아이맥도 공개했다.

4세대 아이패드는 전작 '뉴아이패드'의 A5X 프로세서보다 구동·그래픽 성능을 2배 높인 A6X 프로세서를 달았다.

LTE(롱텀에볼루션)를 지원했음에도 주파수 때문에 국내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던 전작과 달리 주파수 대역을 확장해 국내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과 KT에서도 서비스된다.

가격은 전과 같이 499~699달러(와이파이 전용 기준)다.

애플이 뉴 아이패드와 성능이 거의 같은 제품을 다시 한 번 내놓은 것은 LTE를 지원하려면 지역별로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올해 초에는 준비 시간과 여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 13인치 맥북 프로는 화소 수가 이전 모델과 비교해 4배인 2560×1600 해상도를 채택했다. 이는 HD TV의 1920×1080보다 높은 수치다.

새 아이맥은 가장자리의 두께가 5㎜로 전작 대비 80% 얇아졌고, 속도가 빠른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와 용량이 큰 하드디스크(HDD)를 하나로 합한 퓨전드라이브를 장착했다.

기본적으로 애플리케이션·사진·웹서핑 데이터 등은 SSD에, 문서와 동영상 등은 HDD에 저장되지만 자주 사용하는 문서·동영상은 자동으로 SSD로 옮겨준다.

애플은 또 아이북스를 업데이트 하면서 한국어 전자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네이버의 공개 글꼴인 '나눔고딕'과 '나눔명조'도 따로 내려받아 아이북스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 '쿡 스타일' 나타나… 잡스의 DNA와는 점점 멀어져

이번 아이패드 미니 출시와 관련, 애플이 스티브 잡스의 DNA를 버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잡스가 생전에 1년동안 심사숙고해 신제품을 하나 출시했다면 팀 쿡은 시장 트렌드를 제품에 속속 반영하고 시장 반응에 따라 계속 신제품을 선보이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혁신가(innovator)'라면 팀 쿡은 '마케터(marketer)'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지난 2009년 삼성전자의 7인치 갤럭시탭을 겨냥해 "7인치 제품은 (시장에) 도착하는 즉시 사망할 것(DOA·Dead on Arrival)"이라고 조롱했지만 아마존 킨들파이어, 구글 넥서스 태블릿 등 시장에서 7인치 태블릿이 인기를 끌자 애플은 결국 기존의 입장을 바꿔 7인치대 태블릿PC 출시를 결정했다.

이에 앞서 아이폰5에서도 애플은 그동안 휴대폰을 한 손으로 쥘 수 있는 최적의 크기는 3.5인치라며 아이폰을 같은 크기로 유지해왔지만 경쟁사가 스마트폰 화면 크기를 점차 확대하자 아이폰5의 크기를 4인치로 확대하는 달라진 행보를 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