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상현 기자] 전 세계에 걸쳐서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애플이 승리하고 나머지는 삼성이 승리하는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지만 그 외에서는 이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미국 법원에서 양사의 특허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이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결국 미국 법원의 판결이 '팔이 안으로 굽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삼성전자로서는 미국은 세계 최대 시장이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분쟁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ITC의 토머스 펜더 심판관은 ITC웹사이트를 통해 밝힌 삼성전자-애플간 소송의 예비판정에서 삼성전자가 애플과 애플의 전 최고경영자(CEO)였던 고(故) 스티브 잡스가 보유한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 관련 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펜더 심판관이 침해했다고 판단한 특허에는 아이폰의 디자인 관련 특허와 잡스가 공동 개발자로 참여한 터치 스크린 기술 관련 특허가 각각 1건 포함됐다.
이번 판단은 예비판정이기 때문에 ITC는 대해 전체 회의의 검토를 거친 뒤 특허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을 확정하는데, 최종 판결에서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가 확정되면 해당 품목의 대미 수출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새너제이 지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소송에서도 지난 8월 배심원단은 애플에 완승을 안겨주며 삼성전자에 수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배상금 폭탄을 안겨준 바 있다.
하지만 미 ITC의 판결이 나오기 바로 전에 삼성전자는 네덜란드 법원으로부터 애플의 상용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이 애플이 삼성전자의 갤럭시 제품군과 태블릿PC 제품군이 자사의 상용특허인 멀티터치(EP 948)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같은 법원은 지난 6월에도 애플의 아이폰3G·3GS·4와 아이패드1·2가 삼성의 3G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보상 판결을 내리며 삼성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또 독일 만하임 법원은 지난 9월 애플이 제기한 '멀티 입력을 가능하게 하는 플래그 사용' 특허 관련 소송에서 삼성전자의 제품이 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특히 영국 런던 법원은 지난 18일 디자인 특허 관련 항소심에서 애플이 신문·잡지와 영국 내 공식 홈페이지 등에 '삼성의 갤럭시탭이 애플의 아이패드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공지하도록 판결, 애플에 굴욕을 안겨다 준 바 있다.
그 이전에 벌어진 호주와 유럽 등의 소송에서도 애플은 별 소득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일본에서 벌이고 있는 법정 공방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본 법원은 애플이 삼성전자가 침해했다고 주장한 '미디어플레이어 콘텐츠와 컴퓨터의 정보를 동기화하는 방법' 특허에 대해 기각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소송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결이 나왔다.
결국 '세기의 대결'로 표현되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소송의 결과는 전체적으로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지만, '홈 그라운드'에서만 팔이 안으로 굽는 방향으로 판결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미국이라는 큰 시장을 지켜야 하는 삼성전자로서는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과 관련, 국내에서는 미국이 편파적인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초기 삼성전자의 제품이 애플의 것을 베껴도 너무 베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