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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GDP 0.2% 성장… `L자형' 이미 진입한 듯

[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반토막이 나며 0.2% 성장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1.6% 성장하는 데 그쳤는데, 전년 동기 대비 분기별 성장률이 2% 아래로 내려간 것은 석유파동·외환위기·카드사태·금융위기 등 역대 위기상황 시기를 제외하면 한 번도 없었다.

지금이 위기 상황에 버금간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런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가 여전한 데다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더디고 중국 경제 성장률도 둔화되고 있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가 `상저하추(上低下墜)'의 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한은이 대폭 내려 전망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4% 달성도 사실상 어려워보인다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회복탄력성'의 실종으로, 그간 우리 경제는 경제위기를 겪으며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어도 다음 분기에는 벌떡 일어섰지만 이제는 그런 활력도 없어 보인다.

실제로 3분기에 수출·수입이 전분기에 비해 다소 늘어나기는 했지만 소비·투자가 여전히 부진해 우리 경제가 이미 `L자형' 장기침체의 터널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12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에 따르면, 3분기중 실질 GDP는 전분기보다 0.2% 성장하는데 그쳤다.

전분기 대비 분기별 실질 GDP는 1분기 0.9%에서 2분기에는 3분의 1 수준인 0.3%로 떨어졌다가 3분기에는 또다시 0.2%로 내려앉아 올해 들어 성장률이 확연하게 둔화되는 모습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1.6% 성장하는 데 그쳐 당초 예상치(1.8%)를 밑돌았다. 이는 지난 2009년 3분기(1.0%) 이후 36개월만에 최저치이기도 하다.

분기 성장률이 2% 아래로 내려간 것은 통계 작성 이후 단 네 차례뿐으로, 1980년 1~4분기(석유파동), 1998년 1~4분기(외환위기), 2003년 2분기(카드사태), 2008년4분기~2009년 3분기(금융위기) 밖에 없었다.

이번 3분기 1.6% 성장 역시 위기상황에 버금가는 수치다.

이런 가운데 4분기 경제 전망은 더 어두워 한은이 예상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4%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의 지출 측면을 보면 민간소비가 늘어나고 수출도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설비투자는 감소세를 이어갔다.

민간소비는 무선통신기기 등 내구재는 물론 전기가스 및 기타연료 등 비내구재 지출이 늘어나 전분기보다 0.6% 증가했다.

2분기 0.6% 감소했던 수출은 석유화학제품, 무선통신기기 등을 중심으로 2.5% 늘어나 회복세를 보였다.

역시 전분기 1.0% 감소했던 수입은 석유 및 석탄제품 등을 중심으로 1.7%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4.3% 감소했다.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이 늘어난 덕분에 0.2%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농림어업이 재배업 및 어업을 중심으로 전분기보다 4.0% 감소했고, 제조업 역시 석유·화학제품이 늘었으나 운송장비가 줄어드는 바람에 0.2% 감소했다.

반면에 건설업은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2.9% 성장했고 서비스업도 도소매 음식숙박, 보건·사회복지 분야가 증가한 데 힘입어 0.1% 성장했다.

교역조건 변화를 반영한 실질국내총소득(GDI)은 전분기보다 1.2% 증가했다.

한은 김영배 경제통계국장은 "제조업 등의 재고 감소로 생산이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3분기 0.7% 성장도 가능했다"며 "4분기에는 수출도 호전되고 생산도 늘어나 전체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정부투자와 건설이 전분기 대비 20%가량 늘어나 성장률의 추가 하락을 막았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 같은 성장률 둔화가 단순히 강한 외부 충격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장률은 2010년 4분기 4.9% 성장 이후 매 분기 줄어들며 역대 최악의 위기 수준 가운데 하나인 1.6%까지 왔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아직도 성장에 하방 위험이 더 크다"며 "'L자형'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 경제의 `회복탄력성'이 떨어지고 있어 한국의 성장엔진이 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과거 미국발 금융위기 때 성장 추이를 보면 2009년 2분기 -2.1%, 3분기 1.0%에서 4분기에 바로 6.3%로 점프했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1998년 3분기 -7.1%, 4분기 -4.7%에서 1999년 1분기 6.4%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처럼 위기를 탄력적으로 극복할 힘이 떨어진 상태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성장률이 위기 수준으로 점차 떨어졌다는 설명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 위원은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아예 꺾이는 것이 아닌지 고민할 상황"이라며 "경제당국은 물론 정치권도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