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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시한폭탄' 가계부채의 '뇌관'은 저소득·고령층·자영업자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60대 이상 고령층도 취약… "집값 30% 내리면 은행도 비상"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뇌관이 저소득층·고령층·자영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은행권과 비은행권 등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많고 대출구조가 취약해 경제상황이 좀 더 악화하면 빚 갚을 능력이 급격히 떨어질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난맥상은 부동산 쏠림 현상, 자영업자 급증, 소득 분배의 불균형 등이 겹쳐 나타난 `복합골절'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가운데서도 가장 절박한 계층은 자영업자로, 뚜렷한 사회적 안전망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상당수가 고금리 대출로 연명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영업자 가운데 `베이비부머' 세대가 다수인 50~60대 이상 고령층의 비중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은 부동산 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커 특히 더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저소득층은 다중채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 이들이 가장 먼저 쓰러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고위험 차주(借主)의 대출을 금융회사들이 일시에 회수해 연쇄부실이 촉발되지 않도록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영업자 2금융권 고금리 비중 40%대… 고비용 구조 고착화

금융위원회의 의뢰로 금융연구원이 30일 내놓은 가계부채 구조 분석 자료는 이 같은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가장 위험한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자영업자 대출은 자영업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정확한 규모를 산정하기 어렵지만 자영업자 부채규모는 지난 3월 기준 약 350조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3월 294억원보다 29억원 늘었다.

개인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디트뷰가(KCB) 자영업자로 분류한 7만2000명 가운데 부채를 가진 사람은 4만8000명이며, 부채규모는 4조7000억원이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9700만원씩 빚을 진 셈이다.

자영업자 부채는 상환능력이 낮고 고위험 차입자 비중도 높았다.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는 159.2%로 상용근로자(83.4%)보다 두 배 가까이 웃돌았다.

자영업자 부채의 문제는 무엇보다 고금리 대출이 많다는 점이다.

자영업자 대출 중 제2금융권 비중은 지난 3년 연속 상승하며 최근 44%에 달해 고금리의 제2금융권 대출이 많은 고비용 구조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체율과 부실채권비율도 올해 들어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5월 기준 자영업자 연체율은 1.17%로 지난 3월 1.0% 이후 3개월 연속 상승했다. 부실채권비율은 지난 3월 0.98%로 전년 말 0.81%보다 0.17%포인트 올랐다.

자영업자 가운데 3건 이상 다중채무자 비율은 25.3%였다.

특히 과포화상태를 넘어선 가운데서도 자영업자가 봇물터지듯 쏟아지는 현실이 자영업자의 가계부채 문제를 한층 악화시키고 있다.

금융연구원 노형식 연구위원은 "자영업자의 제2금융 대출액 비중은 40%대로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인데다 점점 증가하고 있다"며 "제2금융권 금리가 대체로 은행보다 높은 점을 고려하면 자영업자 대출의 고비용화가 고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위원은 "자영업자 부채의 고비용 구조를 해소해 상환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고연령층 위험 가시화…부동산시장 침체시 타격"

고령층의 가계부채 문제는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의 무더기 창업에 과거의 부동산 쏠림 현상이 빚은 결과다.

당장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지만 부동산자산 비중이 높아 집값이 더 내려가면 큰 충격이 예상된다.

60대 이상 차주는 3만4489명이고 부채금액은 1조9460억원에 달한다. 평균 부채금액은 5648만원으로 전체 평균 부채금액 4803만원을 다소 웃돌았다.

통계청의 가계금융조사 결과를 보면 고령층의 소득대비 부채비율(LTI·Loan To Income ratio)은 200%를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자영업자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층 비중이 2009년 8월 10.6%에서 올해 8월 13.5%로 커졌다. 50대 자영업자도 29.5%에서 33.6%로 급증했다.

이들 베이비부머 자영업자의 평균 대출금은 1억원을 넘는다. 1인당 6000만~8000만원의 빚을 진 30~40대 자영업자보다 사정이 더 어렵다.

고령층은 특히 과거 주택경기가 좋을 때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받아 집을 산 경우가 많아 부동산시장 침체가 길어지면 유동성 문제가 발생해 부채상환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유달리 크기 때문에 집값의 급격한 하락은 이들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50대와 60대 이상 연령층은 대출구조상 일시상환 비중이 커 만기도래 시 원금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로 인한 부실위험은 상당히 클 것으로 본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60대 이상의 연체율은 0.93%로 전체 평균(1.09%)보다는 다소 낮았지만, 60대 이상 중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1분위 계층의 연체율은 1.35%로 20~50대보다 높았다.

김 위원은 "특히 올해 2, 3분기 들어 이들 연령층의 연체율이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고연령층의 위험이 점차 가시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2011년에 자산 중 금융자산의 비중이 증가해 상대적으로 유동성 문제는 다소 완화한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저소득 다중채무자 `나홀로' 증가세

저소득 다중채무자는 보유부채 비중이 크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수가 많고 부실위험이 크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전체 다중채무자 316만명 가운데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의 대출자는 12.6%, 3000만원 이하는 38.1%를 차지했다.

이들의 보유 부채비중이 각각 6.1%와 19.7%인 점을 고려하면 저소득층은 여러 금융회사에 소액을 빌리는 경우가 많았음을 의미한다.

2010년과 2011년 연소득 3000만원 이하 저소득 다중채무자의 증가세도 가팔라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의 가계부채 증가 억제정책 등으로 전체 다중채무자 증가세가 지난해부터 둔화되고 있는 것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연소득 1000만원 초과~2000만원 이하의 다중채무자는 2010년 중 26.9%, 2011년 중 1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소득 2000만~3000만원 다중채무자도 각각 21.4%와 15.5% 등의 높은 오름세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저소득 다중채무자 증가율도 크게 둔화됐지만 2000만원 이하 연체자 비중은 오히려 큰 폭으로 늘었다.

연소득 1000만원 이하 다중채무자 중 연체자 비중은 2010년 11.8%에서 2011년 15.6%, 지난 6월 현재 17.2%로 늘었다. 연소득 1000만~2000만원 다중채무자 중 연체자 비중도 11.4%에서 15.7%, 17.4%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다중채무자 중 50세 이상의 대출자 비중이 지속적으로 느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50세 대출자의 비중은 2007년 23.3%에서 2008년 24.7%, 2009년 26.2%, 2010년 27.7%, 2011년 29.3%, 2012년 6월 31.5%로 증가했다.

50대의 경우 퇴직 등으로 소득창출능력이 급격히 감소해 일시적으로 유동성 부족을 겪을 뿐 아니라 나아가 만성적인 부채문제의 시발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택가격 20% 내리면 `고위험 가구' 두 배 늘어

주택가격이 20% 떨어지면 고위험 주택담보대출 가구는 현재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연구원의 스트레스테스트를 한 결과를 보면, 집값이 지난해 3월보다 20% 하락하면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자는 4만1000~14만7000가구까지 증가했다.

고위험 주택담보대출 가구는 금융대출이 부동산평가액과 금융자산의 합계를 웃돌거나 순자산이 마이너스인 경우를 말한다.

담보가치인정비율(LTV) 기준으로 금융대출이 부동산평가액의 60%와 금융자산의 합계를 웃도는 대출자도 포함된다.

지난해 3월 고위험 주택담보대출 가구가 2만4000~10만1000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최대 두 배까지 증가하는 셈이다.

금융권 손실규모는 16조3000억~47조5000억원에서 11조7000억~16조6000억원으로 확대된다.

집값과 소득이 한꺼번에 20% 하락할 때 고위험 주택담보대출 가구 수는 6만~19만7000가구까지 증가하고, 금융권 손실규모는 12조8000억~17조9000억원으로 커진다.

금융연구원 임 진 연구위원은 그러나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2%대로 떨어지는 데 그쳐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고위험가구(원리금상환비율이 40% 이상인 가구)는 최대 7400가구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신한은행 이상호 부행장은 "집값이 20% 하락할 때까지 은행은 버틸 수 있지만, 30%까지 내리면 `여러 가지 조처'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