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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민간소비 IMF 이후 최악… 금융위기·카드사태 당시보다 심각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올해 민간소비 (명목) 증가율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카드사태 당시보다 심각한 역대 최악 수준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특해 특별한 악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증가율이 급락했다.

또 가계의 이자 지급액이 부채 순증액을 웃도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나타나 당분간 소비·내수가 활발해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5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 등 가계부채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올해 민간소비(명목)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5%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2012년 상반기의 전년 동기 대비 소비증가율 4.2%에다 2012년 상반기의 전 분기 대비 소비증가율 0.9%를 고려해 한은이 분석한 수치로, 외환위기를 당한 1998년 -7.1% 이후 가장 낮은 역대 두 번째 최악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2.6%와 `카드사태' 당시인 2003년 2.8%보다도 낮다. 금융위기·카드사태와 같은 `외부충격'이 없는데도 소비증가율이 급락한 것이다.

소비증가율 하락은 내수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하반기 이후 실제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소비증가율은 2.5%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외부충격이 없는데도 소비증가율이 턱없이 낮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그만큼 현재의 경제상황이 심각하다는 하나의 지표"라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굉장히 심각한 것은 올해 들어 실질소득이 증가했는데도 소비가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실질 가계소득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1분기 -0.3%, 2분기 0.7%에서 3분기 2.1%, 4분기 3.2%로 회복했다. 올해에는 1분기 3.8%, 2분기 3.7% 수준으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가계부채 증가액보다 이자 부담액이 더 많아진 상황으로 인한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전체 가계부채 증가율(추정치)은 2.2%다. 시중 금융기관의 평균 대출금리는 5.72%다. 가계부채 증가율(2.2%)에서 대출금리(5.72%)를 빼면 -3.52%가 되는데 이 수치가 `자금순유입률'이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그리고 `카드빚'으로 난리가 난 2003년 -5.5% 이후 두 번째로 낮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1.8%)보다도 낮은 것은 올해 경제상황이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자금순유입률이란 가계소득을 제외(고정화)한 상태에서 가계에 들어오는 돈(가계부채순증액)과 나가는 돈(이자지급액)의 비율을 말한다. 순유입률이 마이너스(-)가 되면 이자지급액이 더 많다는 얘기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일정기간 유동성 증가효과로 소비·내수 진작 효과가 우선하여 발생하는 순기능이 있다. 유동성 증가효과가 약해진 뒤부터 채무부담이 강해진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심각한 경기침체로 올해에는 부채가 소비를 늘리는 효과보다 오히려 줄이는 효과가 더 커졌다"면서 "이자지급 부담 때문에 유동성이 떨어지고 소비 여력이 떨어져 내수마저 침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