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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저격수 `공정위 직원들' 줄줄이 로펌·대기업行

[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대기업들의 불공정거래 관행에 최근 전방위 조사를 벌이며 `저격수' 역할을 했던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이 고액 연봉을 약속 받고 최근 법무법인(로펌)과 대기업 등으로 잇따라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연쇄 이탈에는 세종시 이전을 피하려는 내부 분위기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지만 이들이 공정위를 떠난 것으로 인해 공정위 조사 능력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돈 때문에 저격수에서 방패막이로 돌변한 이들에 대한 비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유통 분야의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 등을 담당했던 베테랑 직원 김모 공정위 서기관이 이달 초 사직하고 대기업 계열사 상무로 옮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정위의 조사와 제재가 한층 강화되고 있는 소비자 분야에서 오랜 조사 경험을 가지고 있는 지모 사무관도 대형 법무법인으로 이직하기로 했다. 지 사무관의 이탈로 내부 분위기에도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

공정위의 핵심 업무로 꼽히는 담합 조사를 맡은 정모 사무관과 하도급거래 분야의 불공정행위를 조사해온 이모 사무관도 같은 대형 법무법인으로 옮기기로 했다.

또 담합 조사를 담당해온 모 서기관은 대형 법무법인으로 옮기기로 마음을 굳히고 이직 절차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이직 당사자들은 로펌이나 대기업에서 현재 급여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잇따른 이직에 대해 올해 말 세종시로 청사를 옮기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공정위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직원들은 주거지를 세종시로 옮기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열악한 이주 지원책 등도 공정위 사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과 로펌이 고액 연봉을 내세워 `러브콜'을 보내 유능한 인력을 손쉽게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정위가 대기업 담합이나 유통업체 불공정 거래행위 조사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앞으로 `방패막이'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돼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돈 때문에 저격수에서 방패막이로 돌변한 공정위 직원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비난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 예산안으로는 공정위가 벌금·과태료 수입을 올해 4035억원에서 내년 6043억원으로 49.88%(2008억원)나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