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신용평가사가 평가한 대출 보유 가계의 건전성이 3년 연속 하락하며 `위험단계'로 추락했다. 제때 빚을 갚지 못한 `불량 대출자'도 늘어 가계 대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게 됐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19일 우리나라 가계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가계신용건전성동행지수'가 올해 1~6월 평균 99.73을 기록,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2010년 101.12, 2011년 100.49로 하락세를 보이다 올해까지 3년 연속 하락하며 결국 적정수준이라고 평가되는 100 아래로 주저앉은 것이다.
이는 가계의 건전성이 꾸준히 악화돼 결국 위험단계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이 지수는 KCB가 자체 신용평가 자료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각종 경제지표를 적용해 개발한 것이다.
저신용층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소 감소했다.
NICE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저신용등급으로 분류되는 7~10등급은 모두 603만9071명으로 전체 4194만2831명의 14.4%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돼 지난해 말 14.5%에서 소폭 감소했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 통계에서도 7~10등급자는 전체 4077만8888명의 16.0%(652만4670명)로 지난해 말보다 0.7%포인트 감소했다.
이 같은 통계만 보면 개인의 신용도가 겉보기에는 다소나마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저신용층을 중심으로 모든 등급에서 불량률이 증가했기 때문에 질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불량률이란 최근 1년간 채무 불이행으로 은행연합회에 통보되거나 3개월 넘게 원리금 상환을 연체한 대출자 비율이다.
NICE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빚을 연체한 대출자 비율이 2.21%로 전년보다 0.26%포인트 늘어났다. 이는 100명 중 2명은 3개월 이상 빚을 연체했다는 뜻이다.
특히 저신용층의 경우, 7등급은 5.44%에서 7.12%, 8등급은 8.16%에서 10.01%, 9등급은 12.41%에서 13.39%, 10등급은 30.91%에서 34.46%로 고신용층보다 불량률이 빠르게 늘었다.
KCB는 저신용층 불량률이 7등급 8.40%, 8등급 11.56%, 9등급 23.38%, 10등급 56.68%로 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변양규 거시정책연구실장은 "과거 가계부채는 총량이 문제였지만 지금은 몇몇 요소들의 질적 악화가 더 중요하다"면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상승이나 불량률 증가가 대표적 요소"라고 말했다.
변 실장은 "장기 불황으로 영세 자영업자나 `하우스푸어' 등 취약계층에 부담이 집중되고 있는데 이들이 무너지면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질 수 있다"며 "빚 감당이 안되는 사람을 과감히 채무조정을 하는 방향으로 가계부채를 조절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