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준식 기자] 올해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 투자자는 삼성, LG, GS, 현대차 등 상대적으로 다양한 대기업집단의 종목에 분산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도 전기전자(IT), 음식료, 의약품 등 비교적 다양한 업종에 분산투자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이 올해 1월부터 지난 23일까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을 분석한 결과, 기관은 특정 대기업집단에 집중하지 않고 골고루 분산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기관의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을 살펴본 결과, 기관은 삼성그룹(27.5%), LG그룹(14.9%), GS그룹(9.2%), 현대차그룹(8.9%), 현대중공업그룹(6.1%) 순으로 사들였다.
다른 그룹에 비해 삼성그룹을 상대적으로 많이 사들였지만 외국인이 순매수 상위 종목 20개 중 순매수 금액 기준으로 40% 이상을 현대차그룹 종목에 집중한 것에 비하면 기관은 상대적으로 분산 투자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업종별로 상위 20개 종목을 살펴봐도 기관은 외국인보다 다양한 분야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의 경우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 현대차그룹 종목을 비롯한 운송장비 업종에 대한 순매수 금액만 6조4661억원(46.2%)으로 특정 섹터에 대한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물론 IT, 금융업, 보험, 유통업 종목도 순매수 종목에 포함됐지만 순매수 금액상으로는 비중이 크지 않았다.
반면 기관은 삼성전자, LG전자, 삼성전기 등 IT업종(2조7863억원·31.6%)과 NHN, GS, LG 등 서비스 업종(2조753억원·23.6%) 등에 고르게 투자했고, 음식료(CJ제일제당), 의약품(유한양행), 필수소비재(KT&G) 등도 상위 20개 순매수 종목에 포함돼 외국인보다 다양한 섹터 분포를 보였다.
또 기관이 선택한 종목의 수익률은 외국인보다 대체로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순매수 20개 종목의 올해 첫 거래일 기준가 대비 지난 23일 종가의 등락률을 살펴본 결과, 외국인은 20개 중 절반인 10개 종목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기관은 4개 종목만이 마이너스 등락률을 보였다.
삼성증권 유승민 팀장은 "올해는 이른바 '바벨전략'을 취한 기관이 외국인보다 종목선택 측면에서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바벨전략은 고수익·고위험 자산과 저수익·저위험 자산을 조합해 변동성이 심한 시기에 전체적인 투자 위험을 상쇄하는 전략을 뜻한다.
또 유 팀장은 "내년 미국의 재정절벽 문제 등이 완화하면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는 외국인이 증시를 주도하고 국내 기관은 이에 뒤따라 움직이는 매매동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