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지난해 신흥국의 각종 투자 규모가 선진국을 처음으로 추월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 나라의 내부에서 이뤄지는 시설, 사회간접자본 등의 투자는 경제성장의 주요한 동력이 되는 데다 선진국들이 경제 위기를 겪는 동안 신흥국들은 계속해서 고성장을 어느 정도 유지, 올해 신흥국의 경제 규모도 선진국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경제의 핵심축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함에 따라 한국 수출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70%대로 커지면서 국내 수출 구조에도 변화가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제통화기금(IMF)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흥국 투자 규모는 8조7040억달러로 선진국(8조3022억달러)을 처음으로 앞설 것으로 전망됐다.
또 올해는 신흥국 투자가 9조4910억달러로 작년보다 9.0% 늘어나는 반면 선진국은 8조6130억달러로 3.5% 증가에 그치면서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신흥국 투자는 2002년 1조6850억달러에서 10년 만인 작년에 8조7040억달러로 5.2배나 커진 반면 선진국 투자는 같은 기간 5조3320억달러에서 8조3000억원으로 1.6배로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다.
신흥국이 꾸준히 투자를 늘리며 고성장을 유지한 결과, 올해 신흥국 경제 규모가 처음으로 선진국을 앞지를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신흥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는 44조1239억달러로 선진국의 42조7125억달러보다 1조4000억달러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작년에는 신흥국(41조2445억달러)이 선진국(41조5176억달러)을 약간 앞설 것으로 추정됐다.
양측의 격차는 앞으로 점점 더 벌어져 2017년에는 신흥국(59조7943억달러)과 선진국(50조6111억달러)의 격차가 약 10조달러로 벌어질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세계 경제 중심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완전히 이동한 것이다.
이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동안 중국 등 신흥국들은 고속 성장을 구가하며 선진국을 발 빠르게 추격했기 때문이다.
특히 신흥국의 대표주자로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양대 산맥(G2)으로 우뚝 선 중국은 매년 8% 이상의 고공 성장을 거듭하면서 세계 공장의 역할을 해왔다.
이에 따라 한국의 수출 구조도 선진국 중심에서 신흥국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 신흥국 수출 규모는 3864억달러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2.8%로 커진 반면 선진국은 1442억달러로 27.2%에 머물렀다.
한국 수출에서 신흥국 비중은 10년 전인 2002년만 해도 53.2%로 선진국(46.8%)과의 격차가 크지 않았지만, 지난 10년간 중국의 수출 비중이 14.6%에서 24.5%로 커졌고 아세안은 11.3%에서 14.4%로 증가하는 동안 미국은 20.2%에서 10.7%로 반 토막 났고 EU는 13.4%에서 9.0%로 감소하고 있다.
수입도 작년에 신흥국이 3172억달러로 62.9%를 차지했고 선진국은 1870억달러로 37.1%에 그쳤다. 10년 전보다 신흥국 비중은 15.8%포인트 커졌고 그만큼 선진국 비중은 작아졌다.
토러스투자증권 박승영 연구원은 "올해도 신흥국 수요가 글로벌 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유럽과 미국은 재정지출을 줄여나가겠지만 고성장을 구가하는 신흥국이 빈자리를 메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 선진국과 신흥국
선진국은 소득 수준이 높고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진 국가들로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이 해당한다.
신흥국은 고성장을 구가하는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BRICs),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ㆍASEAN), 중남미, 중동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