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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동시 롯데호텔 세무조사… 롯데·업계·재계 '초긴장'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세무당국이 롯데호텔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1개 호텔에 대한 세무조사에 심층세무조사 기능까지 겸하는 국제거래조사국이 나선데다 수십명에 달하는 정예요원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관련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롯데호텔은 롯데그룹의 알짜기업인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최근 정식재판에 회부됐고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에서 최고의 수혜를 본 재벌 가운데 하나로 뽑히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당사자인 롯데는 물론 재계 전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세무조사의 강도는 향후 재벌기업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 의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박근혜 정부 출범 3일을 앞둔 지난 22일부터 서울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소속 조사원들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보내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외국인투자기업인 롯데호텔에 대한 세무조사를 두고 일부에서는 "롯데그룹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투입 인원도 평소보다 많은 20∼30명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정기세무조사의 경우 상당한 규모의 회사라고 하더라도 통상 1∼2개 조사반(10여명 안팎)이 투입되는 것에 비춰보면, 결코 예사롭지 않은 조사 규모다.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은 일반기업 정기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조사1·2국과는 달리 필요에 따라선 외국계기업에 대한 심층세무조사(특별세무조사)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는 곳이다.

국세청은 호텔롯데에 대한 세무조사를 오는 6월 초까지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단순히 호텔에 국한하지 않고 그룹 전반을 조사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은 호텔롯데 세무조사와 관련해 롯데그룹의 IT계열사로 그룹 내부 거래와 관련한 전산자료들을 관리하는 롯데정보통신에도 조사요원들을 파견, 호텔롯데 세무조사와 관련한 자료일체를 확보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그룹의 핵심 사업인 제2롯데월드에 대해 서울시가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기로 한 점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더욱이 ㈜호텔롯데는 호텔 사업 외에도 면세점, 잠실 롯데월드, 골프장, 여행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데다 일본 (주)롯데홀딩스 등 일본 롯데 계열사이 대부분의 지분을 갖고 있어 사실상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핵심기업으로 꼽힌다.

호텔사업부의 경우, 서울호텔(소공), 월드호텔(잠실), 제주호텔, 울산호텔, 모스크바호텔 등 국내 및 해외에 5개의 특1급 호텔을 운영하고 있으며, 롯데시티호텔 마포와 롯데시티호텔 김포공항 등 전국에 2개의 비즈니스호텔도 운영하고 있다.

또 이명박 정권에서 고속 성장을 해 특혜를 받은 기업으로 분류되고 있어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특혜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에 대한 사정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 호텔롯데는 ▲2009년 롯데시티호텔 마포 개관 ▲2010년 (주)DF 글로벌과 (주)DF 리테일 인수 및 호텔롯데 모스크바 개관 ▲2011년 (주)롯데시티호텔 합병 ▲2011년 롯데시티호텔 김포공항 개관 등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회사 매출액은 지난 2010년 2조1649억원에서 2011년 2조5854억원으로 4205억원 가량 급증했지만, 같은 시기 회사 당기순이익은 1547억원에서 816억원으로 731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이 부동산을 과도하게 사들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롯데그룹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이에 따라 이번 세무조사를 두고 “롯데그룹에 대해 작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재계는 롯데가 이명박 정부에서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부를 향한 로비는 없었는지 또 불공정 거래여부, 세금 탈루여부에 대한 현미경 검증이 세무조사과정에서 이뤄졌을 때 그 결과가 미치게 될 파장을 우려하며 조사진행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소상인들의 손톱 끝에 박힌 가시를 빼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 시점이라 대-중소기업 상생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유통업계가 타깃이 되는 것은 아닌지 긴장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경제민주화 정책의 '타깃'을 롯데로 잡고 있다는 관측이 이미 여러 곳에서 제기된 상황"이라며 "이번 세무조사가 그룹 전체를 압박하는 출발점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호텔 측은 말 그대로 정기적인 세무 조사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롯데호텔의 한 관계자는 "애초 지난해 조사를 받을 차례였으나 2010년 '모범 납세기업'에 선정되며 조사라 1년 연기된 것"이라며 "실제로 조사 내용도 일반적인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룹 전반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며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과도한 의미부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측도 "정기 조사 이상의 의미는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