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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개발사업 디폴트… 롯데관광개발 증시 퇴출 위기

[재경일보 김진수 기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디폴트(채무불이행)으로 롯데관광개발이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아 주식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했다.

롯데관광개발은 30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로 '단군 이래 최대사업'으로 불린 초대형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대외적으로 가장 부각된 기업으로, 용산개발사업 주도권을 쥐면서 주가가 2009년 최고 5만3000원대까지 뛰기도 했었다.

한국거래소는 18일 롯데관광개발의 감사인인 대성회계법인은 이 회사에 대한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을 '의견거절'로 제시했으며, 감사의견 거절은 주권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한다며 주권 매매거래를 정지시키고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인은 "롯데관광개발이 투자한 용산개발 시행사 드림허브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가 지난 12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이 발생했고, 15일 1대 주주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정상화 방안을 민간출자사에 제출했다"며 "이 회사의 매도가능 금융자산의 자산성에 대한 충분한 감사 증거를 입수하지 못했고 대체 방법으로도 자산성에 대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은 롯데관광개발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여부는 용산개발사업의 진행 여부와 정상화에 좌우되는 중요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롯데관광개발은 이달 중 255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256억원의 차입금 만기가 각각 도래한다. 또 오는 5월에 180억원, 내년 말까지 392억원의 차입금 만기가 돌아온다.

감사인은 "차입금 상환에 실패하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불확실성의 최종결과로 발생될 수도 있는 자산과 부채, 관련 손익항목 수정을 위해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충분한 감사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며 '의견거절'의 이유를 설명했다.

용산개발사업으로 단숨에 롯데관광개발은 현재 용산개발사업 실패로 자본잠식과 경영권 위협 등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1971년 5월 24일 설립된 롯데관광개발은 자본금 55억원 규모의 중소 관광기업으로, 관광개발, 국내외 여행알선업, 항공권 판매대행업, 전세운수업 등을 주요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동화면세점 등 9개사를 계열로 두고 있으며, 유가증권시장에는 2006년 6월 8일 상장했고, 김기병 회장 일가가 52.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김 대표(38.6%)와 부인, 두 아들 등 특수관계인이 52.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지만 자산관리공사(캠코)도 16.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소액주주 몫은 23.6%에 불과하다.

롯데그룹과의 관계는 김기병(74) 대표이사가 신격호 회장 여동생 정희 씨의 남편인 것이 전부로 설립 때 '롯데'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줬지만, 롯데그룹과는 지분관계가 전혀 없는 별개 회사다.

롯데관광개발은 투자회사인 드림허브와 계열사로 편입한 자산관리위탁회사(AMC) 용산역세권개발㈜의 지분을 각각 15.1%(2대주주), 70.1% 보유하고 있다.

사업목적에 부동산개발업이 추가돼 있지만 광화문 동화면세점 빌딩과 파이낸스빌딩 개발 경험이 있는 정도로 건설분야와는 인연이 깊지는 않았었다.

또 용산개발사업 초기인 2007년 말 당시만 해도 전략적 투자자 정도로만 참여했으나 삼성물산이 발을 빼면서 지분을 맡겨 중소기업으로서 단군 이래 최대사업인 용산개발사업의 주도권을 갖게 되는 횡재를 했다.

이후 용산개발사업에 자본금의 32배에 달하는 1748억원을 투자, 용산개발 사업이 파산하면 투자 손실로 자본잠식이 불가피해져 회사 존립까지 위태로울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기준으로는 총부채와 자본금 총액(자본총계)이 각각 1314억원과 508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58.7%이다.

롯데관광개발은 2012년 연결 회계기준으로 36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전년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증권업계는 또 김 회장 보유 주식 중 상당수가 은행 대출을 위한 담보로 잡혀 있어 경영권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