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 등 대기업이 일감 몰아주기나 일감 떼어주기, 내부 정보 이용한 주식거래 등을 통해 편법적으로 재산을 증여하는 행태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세 책임이 있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관련법이 부실하다는 이유를 들어 책임을 미루며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아,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10일 발표한 '주식변동 및 자본거래 과세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일감 떼어주기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등으로 부를 이전한 현대차그룹과 SK그룹,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STX그룹 등 주요 대기업을 포함해 9곳이 적발됐다.
현대차그룹, 롯데그룹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악용해 자기 배만 불린 것.
일감 몰아주기 사례를 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1년 2월 기업집단 내의 물류업무를 통합한다는 명분으로 비상장법인인 현대글로비스를 설립한 뒤 이곳에 물류 업무를 몰아줬으며, 이로 인해 최초로 20억여원을 출자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은 현재 주식가치가 2조원 이상 치솟았다.
글로비스 매출에서 현대차그룹 등이 차지한 비율이 매년 80% 이상인데, 이 같은 혜택 등에 힘입어 지난 2001년 말 현대 글로비스의 자산은 472억원, 매출액은 1984억 원이었으나 2011년 말 자산은 3조1896억원으로 67배, 매출액은 7조5477억원으로 38배 성장했다.
글로비스의 대주주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2001∼2002년에 30억원을 투자해 2011년 말 2조여 원의 수익을 거뒀고, 정몽구 회장은 20억원을 투자해 3조 6억 원의 수익을 누렸다.
또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비상장법인에 IT 일감을 몰아준 뒤 인건비 등을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이득을 챙겼고,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동생이 설립한 비상장법인에 스크린 광고영업 대행 독점권을 넘겼다.
일감 떼어주기 사례를 보면,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자녀와 배우자 등은 2개 회사를 설립한 뒤 롯데시네마 내의 매장 등을 싼값에 임대 받았다. 이를 통해 280억여원의 현금배당을 받고 주가 상승으로 782억여원의 이익을 챙겼다.
롯데쇼핑은 직영 영화관 50곳 가운데 47곳의 팝콘, 음료 판매 매장을 시네마푸드,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등 3개 특수관계법인이 독점적으로 운영하도록 계약,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26.8%에 달했으며, 롯데쇼핑에 지급하는 임대수수료를 제외하면 59.2%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감사원은 롯데쇼핑이 직영할 경우 매출액 대비 60%의 영업이익이 나는 영화관 내 매장 운영 사업을 초과이익에 대한 사업권의 대가를 고려하지 않고 매출액의 약 30%를 임대수수료로 받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임대차계약으로 매출액 대비 30%의 영업이익을 포기하고 3개 법인에 부당하게 이익을 줬다는 것이 감사원 지적이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딸은 2005년 1월 사업분할 형태로 한 업체를 설립한 뒤 신세계 계열사로부터 저가에 매장을 제공받았고, STX그룹 강덕수 회장은 자녀 명의 회사에 사원아파트 신축공사 물량을 몰아줬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를 보면, 주류제조판매업체 대선주조의 경우 프루밀 신준호 회장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대선주조의 증설 예정 부지가 산업단지로 지정될 것이라는 내부정보를 알고 신 회장이 주식 31만여 주를 추가로 취득할 기회를 포기하고 손자 등 4명에게 자금 127억원을 빌려주며 주식을 사들이게 하는 수법으로 손자 등이 1025억원의 양도차익을 챙겼다. 산업단지 지정 및 생산공장 건축허가 등 개발사업 시행 직후 주식을 팔아서 대박을 터트린 것.
이 과정에서 지난 2003년 증여세 과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완전포괄주의는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했다. 완전포괄주의는 증여세 과세대상을 포괄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국세청은 상속세·증여세법에 증여시기, 이익 산정 규정이 없다며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았고, 기재부는 과세 요건을 위한 기본틀을 마련하지 않은 채 사실 관계는 국세청이 파악해야 한다며 책임을 미뤘다.
감사원은 또 중부지방국세청이 상속지분이 확정된 후 가족간 주식 증여를 통해 상속분에 변동이 생긴 경우 과세해야 되는데도 증여세 116억원을 거두지 않은 사례도 적발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특수관계인에게 상장주식을 저가에 양도한 26명에게서 양도소득세 84억여 원을 거두지 않은 건, 광주지방국세청이 법인세 72억여 원을 징수하지 않았다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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