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서민 경제 안정화의 핵심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이 22일 가접수를 시작한다.
특히 사전에 신청하면 채무를 10% 정도 추가 감면해준다.
국내 금융권 최초로 자동 채무조정지수가 개발돼 행복기금 신청자에 적용된다.
국민행복기금 측은 약 33만명이 이같은 혜택을 통해 취약계층의 서민들이 부채의 덫에서 탈출해 자활을 꿈꾸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은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가접수,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본접수를 받는다.
가접수하는 즉시 채권 추심은 중단돼 채무자들은 빚 독촉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본접수가 시작되는 5월 전에 일단 가접수를 하면서 지원 절차나 혜택에 대해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채권 추심도 중지되기 때문이다.
국민행복기금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1억원 이하를 연체한 채무자의 빚을 최대 50% 탕감하고 나머지는 10년까지 나눠 갚을 수 있게 해줄 예정이다.
행복기금 관계자는 "금융사가 나중에 일괄 매입한 조정 대상자보다 창구에 와서 신청한 사람에게 10% 정도 채무감면비율을 우대할 생각"이라면서 "직접 와서 신청했다는 것은 그만큼 상환 의지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채무 상환 의지가 강한 대상자와 일괄적으로 포함되는 대상자의 우대 수준을 다르게 하겠다는 의미다. 행복기금 직접 신청자는 채무감면비율을 40% 선에서 시작한다면 일괄 매입 대상은 30%부터 된다.
채무 감면 비율이 기존 30~50%보다 높은 60~70%를 면제해주는 경우도 있다.
채무 감면 비율 60% 대상자는 국가유공자 상이등급 4~7등급, 장애인 4~6등급, 한부모가족지원법에 의한 한 부모가족 등이다. 70% 감면자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중증장애인 1~3급, 국가유공자 상이등급 1~3금, 중소기업인이다.
행복기금 채무 감면 비율을 처음 개발한 자동 채무조정지수로 결정한다. 일종의 담보인정비율(DTI) 개념이다.
월소득에서 최저 생계비를 빼고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 가운데 월 채무금이 얼마인지를 계산한 뒤 총 채무 조정기간으로 나눴을 때 금액까지 고려해 만든 지수다.
여기에 채무 연체 기간, 연령 등을 종합적으로 넣어 상환 능력을 검증해 30~50% 사이에서 지수가 나오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행복기금 관계자는 "자산관리공사에서 1990년 외환위기 이후 15년간 한마음금융, 희망모아 등 신용회복기금 운영한 경험을 참고해 최초로 만든 채무조정지수로 앞으로 다른 금융기관의 자체 채무조정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행복기금 수혜자는 앞으로 5년간 32만6000명에 달하고 1인당 평균 1000만원 정도의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됐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사업 시작 직후 6개월 안에 20여만명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됐다.
행복기금은 채무를 미리 감면해주는 것은 아니다. 창구에 신청하면 채무를 30~50% 감면해주기로 약속하고 최장 10년간 소득 대비 상환 능력에 맞게 성실하게 갚은 사람에게만 혜택을 준다. 채무를 갚지 못하면 원래 상태로 남게 된다.
행복기금 협약을 맺은 곳은 전체 금융기관 4121개 가운데 99%인 4104개로 영세한 대부업체를 빼곤 모두 해당한다.
행복기금은 또 빚 탕감과 취업상담, 고용보조금 지급 등 채무조정과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연결해 빚을 일부 감면받은 이들이 사회에서 다시 정착해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줄 계획이다.
행복기금 관계자는 "채무자도 모르는 사이에 채권이 팔려다니는 과정에서 채무자가 상환 능력과 상관없이 심한 심리적·경제적 문제를 겪는다"며 "행복기금은 일단 이런 채권을 사들여 보호막을 만들고 상환 여건과 능력에 맞는 맞춤형 채무조정을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행복기금 측은 도덕적 해이 논란과 관련, 숨겨놓은 재산이 발견되면 채무조정 협약을 무효로 하는 등 '안전핀'을 만들어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박병원 행복기금 이사장도 지난달 말 행복기금 출범 직후 "협약 가입 기관이 29일 현재 4040곳에 달한다"며 "이들 기관에서 두 차례 이상 (연체 채권을) 인수하는 것은 물리적·현실적으로 어려워서 '한 번'으로 한정한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추가 지원'을 기대해 일부러 빚을 갚지 않는 이른바 '채무자 버티기'가 늘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 섞인 전망을 일축한 것이다.
행복기금 관계자는 "무조건 탕감해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빚 일부를 감면하는 것으로 약속하고, 남은 돈을 다 갚으면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의지를 갖고 성실히 상환하는 사람에 대해 혜택을 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