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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계약직 5800명 정규직 전환… 4대그룹 중 첫 대규모 전환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SK그룹이 계열사의 계약직 직원 5800명을 올해 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30일 밝혔다.

이같은 대기업의 규모 정규직 전환 결정은 CJ그룹·한화그룹·신세계그룹(이마트) 등에 이은 것이지만, 비중이 큰 4대 그룹 가운데서는 첫 대규모 정규직 전환 사례여서 재계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재계에 '정규직 전환 도미노'가 일어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각종 경제민주화 법안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재계가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새 정부의 '사회적 책임' 요구에 구체적으로 화답한 모양새여서 다른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SK는 앞으로 현재 9500명으로 그룹 전체 직원의 12%를 차지하는 계약직을 단계적으로 줄여 2015년까지 3%선으로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SK는 최대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와 그룹을 이끄는 핵심 위원회인 인재육성위원회가 고용 안정과 청년 일자리 제공 등 상생 경영을 실천하자는 취지에서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최 회장의 의중을 일부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최근 서울구치소에서 최 회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정규직 전환 규모와 시기 등 주요 사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자신도 2010·2011년 협력업체 사장과의 간담회에서 "대·중소기업은 '갑을 관계' 관계가 아니라 한솥밥을 먹는 '식구'"라며 동반성장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SK는 먼저 서비스에이스, 서비스탑, 에프앤유 신용정보, 엠앤서비스 등 SK텔레콤과 SK플래닛의 자회사에서 자동응답시스템(ARS) 등을 통한 고객 상담이나 고객 불만 접수, 전화 영업(telemarketing)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 43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SK네트웍스, SK건설, SK증권 등 계열사에서 네트워크 유지 보수와 영업·마케팅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계약직 1500명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상담 계약직은 향후에도 계속 정규직으로 채운다.

SK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고객 상담 직무 종사자의 80%는 20대 중후반의 여성이어서 여성 인력 고용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이번 결정과 관련,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SK그룹이 추구하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다양하고 진정성 있는 시도를 통해 상생문화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 측은 대규모 정규직 전환으로 복리후생 부담이 다소 증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생산성이 향상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그룹은 특히 이번 정규직 전환이 사회적 책임 실천을 위해 최근 수년간 추진한 '따뜻한 동행 경영'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반(反)대기업 정서'를 고려해 급작스럽게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온 '상생 경영'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SK는 작년 3월 중소기업의 영역을 잠식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소모성자재 구매 대행사업(MRO) 부문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했고 교복사업도 협력업체에 넘기고 철수했다.

최근에는 대기업 계열사간 내부거래 논란이 일자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이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SK C&C와의 거래 물량을 축소하고 기업광고를 외부 대행사에 개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작년부터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논의가 계속돼왔다"며 "최태원 SK㈜ 회장 구속 수감 등 시기적으로 다소 민감한 상황에서 결정이 이뤄졌지만 동반성장 추진 사업의 하나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룹 측은 지난 23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의견이 모아졌고 계열사별 의사소통 과정을 거쳐 29일 저녁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한편, 청년 실업 해결과 고용 안정 등 대기업의 역할론에 대한 사회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움직임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 1월 비정규직 5000명 가운데 2043명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뒤 지난달 전환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마트는 상품진열 도급사원 1만여명 가운데 이직자 등을 제외한 9100명을 이달 1일 정규직으로 모두 전환해 채용했으며, 의류전문 판매사원 1821명 중 1680여명을 내달 1일자로 정규직 전환한다.

앞서 CJ그룹은 지난 2011년 12월 계열사의 극장이나 외식업체 등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6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