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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서비스업 부진' 광공업생산 전월 대비 2.6%↓… 1년만에 최대폭 감소

[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지난달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로 1년 만에 최대폭 감소했다.

앞으로 경기 국면을 보여주는 선행지수도 3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3월 실물 경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한국 경제가 경기 회복으로 가는 변곡점에 이르렀는지를 두고 정부와 한국은행의 입장 차이가 나타나 다시 한번 논란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3월 들어 광공업과 서비스업, 설비·건설 투자 등이 악화되면서 경기 회복 모멘텀도 약화되고 있다고 평가한 반면, 한국은행은 산업활동동향이 표본조사인 만큼 전체적인 경기판단에 정확한 지표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1분기 성장률을 두고 정책금리를 동결한 한은이 힘을 얻었다면, 광공업과 서비스업이 동반 약세를 드러낸 3월 산업활동동향은 재정과 통화 등 정책 조합을 강조하는 정부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통계청이 30일 내놓은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2.6% 감소했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3월과 같은 수준으로, 제조업(-2.5%)의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9~12월 4개월 연속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올해 1월(-1.2%)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부진에 빠졌다.

광공업 생산이 3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2011년 10~12월 구간 이후 처음이다.

광공업 생산은 현대차의 주말 특근 미합의에 따른 생산 차질 등 일시적 요인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전(全) 산업생산도 서비스업(-1.0%)과 건설업(-3.0%), 공공행정(-7.1%) 부문이 모두 감소세로 돌아선 영향으로 2.1% 감소세로 반전했다. 2월에는 건설업이 5.6%, 공공행정이 3.2% 늘어 건설업과 공공행정이 긍정적인 흐름을 만드는데 기여했지만, 이번에는 하락세를 주도했다.

3월 전(全) 산업생산은 지난 2011년 2월(-3.9%) 이후 가장 악화된 수준이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월보다 0.4포인트 내려갔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 반전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포인트 떨어지면서 3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박성동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흐름을 보면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횡보하는 것 같다"면서 "선행지수는 향후 경기에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의 업종별 전월 대비 생산을 보면, 자동차(-9.8%), 영상음향통신(-9.1%), 기타운송장비(-5.4%)가 악화해 전체적으로 2.5% 위축됐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자동차(-10.0%), 기계장비(-8.4%), 영상음향통신(-17.8%)이 부진해 전체적으로 3.0% 줄었다.

생산자 제품 출하는 전기장비(3.3%)가 소폭 늘었으나 자동차(-6.8%)와 화학제품(-4.3%)이 줄어 전체적으로 전달보다 1.8% 감소했다.

내수출하는 전월보다 2.8%, 수출 출하는 0.7%씩 모두 줄었다.

생산자 제품재고는 반도체 및 부품(-4.7%), 자동차(-6.4%), 기계장비(-3.2%)가 줄어들어 전달보다 0.4% 감소했다.

제조업의 재고/출하 비율(재고율)은 115.4%로 전월에 견줘 1.5%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 재고출하순환을 보면 출하의 증가 폭(1.0%→-1.0%)이 축소됐으나 재고의 증가 폭(2.7%→3.0%)은 확대된 모습이다.

제조업 가동률지수는 전월보다 2.4%, 1년 전보다 5.6% 각각 감소했다.

서비스업도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반전했다.

3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보다 1.0% 감소했다. 전문·과학·기술(-6.3%), 출판·영상·방송통신·정보(-6.0%), 숙박음식점(-0.9%) 등의 경기가 나빴다.

3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달보다 1.4% 늘고 전년 동월대비로는 1.7% 좋아졌다. 전월 대비로 준내구재(4.7%)와 비내구재(2.3%) 판매가 늘었고 내구재(-3.1%)는 줄었다.

3월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6.6%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9.2% 악화했다.

건설기성(불변)은 토목공사의 부진으로 전월 대비 3.0% 감소했으며 전년 동월과 비교해선 건축공사의 호조로 3.2% 늘었다.

설비투자는 세계적인 경기 불확실성, 북한 리스크 증대 등에 따른 효과, 건설기성은 부처 개편에 따른 SOC예산 집행 지연 효과로 분석됐다.

건설수주(경상)는 신규주택과 연구소, 토지조성 등이 부진해 1년 전보다 24.1% 줄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산업활동동향에 대해 "3월 들어 광공업과 서비스업, 설비·건설 투자 등이 악화되면서 경기회복 모멘텀도 약화되고 있다"면서 "엔화 약세와 주요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추경 편성 등 거시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3월에 들어서면서 경기 회복세가 주춤한 모습"이라면서 "북한 리스크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주체의 심리변화도 커져 경기지표가 들락날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거시전략팀장은 "경기가 저점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면서 한은의 "GDP 속보치를 보면 소비·수출·투자 모두 좋은 상황으로 간다는 의미였는데 현재로선 실현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산업활동동향은 표본조사인 만큼 진리는 아니다"면서 "어떤 전체 숫자가 높고 낮았다고 해서 GDP가 어떻게 움직인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달간의 산업 동향을 보고 GDP나 경기에 대해 코멘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각 나라가 양적 완화로 얻는 효용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한은 본관에서 열린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기축통화국들의 양적 완화가 유동성은 창출했지만, 그 이후 벌어진 특징을 보면 과연 그 돈이 실물 경제에 제대로 도달하는지가 문제점으로 드러났다"며 "특히 중소기업 쪽에 돈이 제대로 흘러가는지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현 시점에서 중앙은행의 정책이 기준금리로 상징되는 통화정책보다 필요한 분야에 자금을 융통해주는 신용정책 쪽에 좀 더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