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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피난처 4차 명단, 전두환 전 대통령 장남 전재국 페이퍼컴퍼니 설립"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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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페이퍼 컴퍼니 설립자 4차 명단을 발표했다.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 설립하거나 계좌를 보유한 4차 명단을 발표했다. 이날 뉴스타파가 발표한 인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 씨 1명이었다.

뉴스타파는 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페이퍼 컴퍼니 설립자 명단 4차 발표를 했다.

김용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대표는 "한 달 전부터 조세피난처 관련 자료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그런 이름을 한 분 발견했다"라며 "여러분들도 굉장히 관심을 가지시리라 여기고 오늘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오늘은 단 한 분만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한국인 명단 245명 가운데 한국을 주소지로 기록해놓지 않은 86명의 명단을 확인한 바 있다"라며 "이들은 한국 내 주소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신분을 감추려는 의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이 가운데 영문으로 'Chun Jae Kook'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Blue Adonis Corporation)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사실을 파악했다"며 "그러나 한국 내 주소지를 기재하지 않고, 단지 싱가포르 소재의 법률사무소가 중개한 것으로만 기록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 페이퍼 컴퍼니 설립대행업체인 PTN(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의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바탕으로 블루 아도니스 관련 자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영문 이름 'Chun Jae Kook'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임을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2004년 8월 13일 블루 아도니스의 이사회 결의서 내부 자료를 들었다. 뉴스타파는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전 씨가 단독 등기이사로 선임됐다고 설명했다.

이 자료를 보면 전 씨는 등기이사의 주소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1628-1번지'를 기재했는데, 이 주소지는 시공사 본사 주소와 정확히 일치한다.

또한 'YP08'로 시작하는 전 씨의 여권 번호가 정확하게 나온다.

그리고 블루아도니스 주식청약서와 이사 동의서, 주식인증서에서 전 씨의 영문 자필서명이 발견됐다.

이상의 기록들을 통해 뉴스타파는 전 씨가 2004년 7월 28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아도니스라는 이름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보름 뒤 단독 등기이사와 주주로 등재 됐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

뉴스타파는 전 씨가 만든 페이퍼컴퍼니 블루 아도니스는 자본금 5만 달러 짜리 회사로 등록했지만 실제로는 1달러 짜리 주식 한주만 발행한 전형적인 페어퍼 컴퍼니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 씨는 이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기 위해 싱가포르 썬택시티에 있는 현지 법률회사(PKWA)를 이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뉴스타파는 이와 함께 전 씨가 블루 아도니스를 만든 뒤, 이 회사의 이름으로 법인 계좌를 만들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블루 아도니스 법인 계좌를 만든 곳은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으로 파악됐다.

뉴스타파는 "이 은행은 '리테일 뱅킹' 즉 일반인을 상대로 한 소매금융을 하지 않는 곳으로, 특이하게 한국인 2명이 간부로 일하고 있었고, 실제 이들은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2차 명단 공개 때 포함됐던 SK그룹 임원 출신인 조민호 씨의 비밀 계좌도 관리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뉴스타파 측은 "저희들이 추측하기로는 한국인 큰 손들이 그 은행을 상당히 이용하지 않았느냐 추정한다"며 "그 은행을 이용했다는 것은 상당한 자금을 운용하지 않았느냐라고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씨는 페이퍼 컴퍼니 설립 한달 뒤인 2004년 8월 말, 싱가포르 현지 변호사를 통해 PTN 버진아일랜드 지사에 블루 아도니스 관련 공증서류를 발급받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서류는 법인설립 인가증, 이사 인증서 등 다섯 건인데, 모두 페이퍼 컴퍼니 명의의 은행 계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서류였다.

그런데 블루 아도니스의 2004년 8월 13일자 이사회 의결서를 보면 블루 아도니스의 계좌정보, 자금 거래내역, 회의록 등을 앞으로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보관하기로 결정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뉴스타파는 "어떤 법인이 계좌 정보 등의 기록을 특정 은행에 보관하기로 했다는 것은 그 은행에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겠다는 의미이며 아랍은행 측도 이 점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전 씨의 싱가포르 현재 법률회사와 페이퍼컴퍼니 등록 대행업체인 PTN 본사 및 버진아일랜드 지사 직원 사이에 주고받은 이메일을 분석한 결과, 당초 전 씨는 2004년 9월 22일까지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페이퍼 컴퍼니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 계획이었지만, 계좌 개설에 필요한 공증서류가 버진아일랜드에서 싱가포르로 배송되는 과정에 분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당시 PTN 싱가포르 본사와 버진아일랜드 지사 사이에 긴박하게 오간 이메일 내용에는 페이퍼컴퍼니 이름의 계좌를 만들지 못한 탓에 "고객인 전재국 씨의 은행계좌에 들어있는 돈이 모두 잠겨있다. 이 때문에 전 씨가 몹시 화가 나 있다"라는 언급도 나온다.

뉴스타파는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전 씨의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 계좌가 개설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같은 이메일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당시 전 씨는 어떤 계좌에 예치해 둔 돈을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유령회사 명의의 아랍은행 계좌로 급하게 이체하려 했다는 추정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뉴스타파는 ICIJ가 입수한 조세피난처 데이터 분석과 싱가포르 현지 취재를 통해 전 씨가 지난 2004년 동생 재용 씨에 대한 검찰의 조세포탈 수사로 전두환 비자금 은닉 문제가 다시 불거진 와중에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사실을 확인했다. 또 전 씨가 최소한 6년 이상 이 회사를 보유했고 이와 연결된 해외은행 계좌로 자금을 움직였다는 정황도 찾아냈다.

이에 관련, 2004년 검찰이 찾아놓고 추징하지 못한 차남 재용 씨의 73억 원이 지금 이쪽에 가 있다는 건가라는 질문에 "아니다. 연관된 것들은 전혀 없고 그것는 저희들이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전혀 말씀을 드릴 수 없는 것"이라며 "근데 저희들이 보기에 여러 군데 돈들이 잠겨 있는 게 아닌가라고 보고 혹시 이 계좌도 그런 일환이 아닌가 추정할 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전두환 대통령의 비자금 73억 원이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가는 그 당시 수사했던 검찰이 알고 있지 않겠느냐"라며 "저희들은 전 씨의 계좌의 실체를 확인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타파는 이같은 취재 결과에 대해 전 씨를 직접 만나 해명을 듣고 싶었지만 전 씨는 현재 뉴스타파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최승호 PD는 1명만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 "좀 초점이 모야져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뉴스타파는 또 다른 정치인 명단 확인 여부와 관련해선 "순차적으로 정리해서 기회가 되면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뉴스타파에 따르면 한국인 245명이 조세피난처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는 매주 2~3명의 명단을 순차적으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