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가 최근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무리하게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판단, 현정은 회장 등 7명의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을 상법 제542조의9 신용공여 금지 규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2003년 故 정몽헌 前 현대그룹 회장의 사망 이후 현대그룹과 범 현대가의 경영권 분쟁이 반복되고 있는바, 현대그룹의 총수인 현정은 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계열사들을 불법적으로 동원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2006년 4월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의 지분 26.68%를 취득해 최대주주 지위에 오른 이후의 경영권 방어 작업이다. 당시 현대엘리베이터는 의결권 있는 상환우선주를 발행하고, 전략적 제휴자로 Nexgen Capital Ltd.와의 스왑계약(현대상선 주식 600만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quity Swap 계약) 및 Cape Fortune B.V과의 옵션계약(Cape Fortune B.V이 보유한 현대상선 주식에 대하여 매각을 제한하고 차액현금정산을 요구할 수 있는 옵션을 갖는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하여 가까스로 경영권 위험을 넘긴 바 있다. 이후 만기가 도래한 동 계약에 대하여 계약을 연장하고, 2010~2013년 기간 동안 추가적으로 NH농협증권, 교보증권, 메리츠종합금융, Jabes PEF 1 등과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하였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06년 10월 파생상품 계약 체결 관련 공시에서 계약의 목적을 "현대상선에 대한 안정적인 주주 지위 확보"로 기재했으며, 이후 공시에서도 "안정적인 지배구조 달성"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고, Nexgen Capital Ltd. 및 Cape Fortune B.V 등과 의결권을 공동행사 하는 공동보유계약을 체결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파생상품 계약 체결의 목적을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경제개혁연대 측의 지적이다.
2013년 9월말 기준 현대상선의 지분구조를 보면 현대엘리베이터 등 특수관계인이 27.6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파생상품계약을 체결한 주주 등 특별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38.01%이다. 반면, 현대중공업그룹 지분은 21.97%, 현대차그룹 지분은 7.16%인 것으로 확인된다. 문제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이와 같은 파생상품 계약으로 매년 엄청난 규모의 손실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이후 현재까지 총 거래손실은 710억원으로 추정되고, 평가손실은 총 4291억원에 달한다. 결국 현대엘리베이터는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 유지 및 방어를 위해 엄청난 손실 부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상법 제542조의9(주요주주 등 이해관계자와의 거래) 제1항은, 상장회사는 주요주주 및 그의 특수관계인, 이사 등을 위하여 '거래상의 신용위험이 따르는 직접적·간접적 거래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며, 동 시행령 제35조의 제1항은 이러한 신용공여의 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의 거래로서 자본시장법 상의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금지거래의 하나로 열거하고 있다. 또한 상법 624조의2는 신용금지 규정을 위반하였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상선 주식에 대한 파생상품 계약은 명백히 신용위험이 따르는 거래로서 상법 제542조의9 제1항의 금지대상 거래가 된다. 즉, 현대엘리베이터는 위의 파생상품 계약으로 인해 입은 손실액이 매우 커서 경영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러한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상법 제542조의9 제1항을 위반한 것이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연결재무비율 분석'에 따르면, 2012년 말 현대그룹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895.46%, 연결기준 이자보상배율은 -1.06으로 심각한 부실징후를 보이고 있다.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부담이 이러한 부실을 더욱 가중시키고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현정은 회장을 포함한 현대엘리베이터 이사들을 상법 신용공여 금지 규정 위반으로 고발하게 됐다. 검찰은 신속한 수사를 통해 법위반 여부를 확정하고, 위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중 제재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