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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의회에 ‘크림 귀속안 요청’ 통보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현지 시각으로 18일 크림 자치 공화국이 정식으로 러시아로 귀속하겠다는 요청을 받아들여, 초안을 정부 내각과 의회에 통보했다고 한다. 이는 러시아가 크림 반도의 편입 의사를 확실시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우크라이나 및 서방의 반발 및 추가 제재를 낳을 것으로 예측된다.

러시아 연방 법률에 따르면, 다른 나라가 러시아와 합치기를 원할 때 러시아 대통령은 그 국가에서 받은 공식 요청을 의회와 내각에 알리게 되어 있다. 이후 의회와 내각은 국가의 병합을 준비 및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크림 자치 공화국은 푸틴 대통령에게 공문을 보내서, 크림 반도가 러시아 연방의 구성원이 되기를 바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푸틴은 17일 크림의 독립 주권국가 지위를 인정하는 대통령 명령에 서명했으며, 곧 의회에서의 국정 연설을 통해 작금의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푸틴은 자신이 의회에 크림 귀속 요청을 한 배경과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대응 계획도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러시아 의회가 정상적인 과정을 밟는다면, 크림 반도의 러시아 병합은 다음 달 중에도 가능하다는 예상이다. 영국 BBC는 모스크바에 있는 자사 인물인 리처드 갤핀의 말을 인용해 “푸틴은 제재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크림의 병합을 빠르게 밀어붙일 것”으로 내다봤다.

푸틴의 크림 병합안 처리 시작으로 인해, 그간 러시아와 대립하던 서방 측의 대응 역시 주목된다. 유럽연합과 미국은 이미 지난 크림반도에서 16일에 실시된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하였으며, 러시아와 크림의 고위 인사들에 대한 경제 제재에 들어간 상태이다. 하지만 그러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푸틴이 직접 의회와 내각에 병합안을 처리하라고 주면서 당장의 상황은 악화될 여건이 늘어났다.

일단 유럽연합은 20일부터 시작되는 유럽 정상회의에서 추가적인 대러시아 제재를 더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의는 사전에 예고된 것이지만, 최근 유럽의 두드러진 화제인 우크라이나 문제를 피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자원 보복이나 거래 난조로 구미 각국이 입을 것으로 여겨지는 손해도 작지 않고, 당장 뾰족한 대책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푸틴의 행동에 대해 쉽게 물러나지는 않는다면, 한동안은 국제적 갈등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견된다.

다만 워싱턴포스트(WP)는 "해당 크림의 러시아 귀속안은 대통령과 크림자치공화국 총리의 서명을 받은 후,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며 "러시아가 마지막까지 합병을 강행하지 않고 퇴각할 길은 아직 남아있다"고도 전달해 아직 서방과 러시아 간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한편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17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와 지역자치 연방제 확대 등을 유럽연합에 제안했지만 유럽연합 측은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하였다. 하지만 푸틴 역시 직접적인 합병에 대한 부담을 덜고 명분을 쌓기 위해, 이와 비슷한 안을 의회 연설 등에 다시금 들고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