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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총리제' 성안한 안대희, 스스로 책임총리될까>

(서울=연합뉴스) 오예진 기자 = 박근혜 정부의 2기 내각을 이끌 수장으로 투입된 안대희 총리후보자가 명실상부한 '책임총리제'를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책임총리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을 뿐 아니라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았던 안 후보자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사실상 성안해낸 정치쇄신안의 핵심이었다.

특히 새 총리의 자리가 세월호 참사로 단행될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장관급인 신설 국가안전처와 행정혁신처를 흡수하는 역대 가장 강력한 위상을 부여받은 만큼 책임총리제의 실현 여부가 더욱 주목받는 상황이 됐다.

세월호 참사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 무너진 정부신뢰 회복의 막중한 책무가 안 후보자의 두 어깨에 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임총리란 헌법에 보장된 국무위원 제청권과 각료해임 건의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총리로,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고자 대통령 인사권을 분산하는 의미가 있다.

우리 헌법은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헌법 제86조),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헌법 제87조)라는 조항으로 총리의 위상을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중심제를 기본으로 하면서 내각제적 요소를 가미해 권력의 일부를 분산한 것이다.

그러나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은 역대 정부에서 사실상 사문화된게 사실이었다.

이에 안 후보자는 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으며 총리에게 헌법에 명시된 국무위원 제청권의 실질적 보장과 장관의 부처 및 산하기관 인사권 보장 등 책임장관제를 실시하자는 내용의 정치쇄신안을 만들어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고자 했다.

박 대통령도 당선 직후 책임총리제 실현을 위해 국무위원 후보자를 3배수 제청하도록 하는 한편 국무회의를 사실상 총리가 주재토록 하고 총리의 정책조정 및 정책주도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총리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은 잘 이행되지 않았다는게 일반적 평가다. 박 대통령의 '만기친람' '수첩인사' 등이 회자될 정도로 국정의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다보니 정홍원 총리는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과거에도 수없이 그 자리를 거쳐갔던 '의전총리', '대독총리'에 그친 것이다.

외견상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 제청,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해임 건의 등의 권한을 행사했지만 타이밍이 뒷북을 치는 형식이어서 결국은 청와대의 결심을 외견상 실행에 옮겼을뿐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처럼 책임총리제의 역할이 약하다 보니 총리의 추진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으며, 결국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정 총리는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실종자 및 희생자 가족들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불신을 키웠고 해수부와 안행부 등 관계부처에 대한 장악과 지휘에서도 이렇다할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헌법에 보장된 책임총리제의 실현을 위해서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헌법정신에 맞게 권력을 나누겠다는 의지를 보이느냐가 관건이라는 게 중론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책임총리제는 허울 뿐인 경우가 많았다. 다만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 전 총리가 책임총리제에 가장 근접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재임중 19년간 미결 과제로 남아있던 원전폐기물처리장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공공기관 지방이전안을 발의해 추진하는 등 주도적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김종필 전 총리도 연립정권(DJP연합)의 지분을 가진 덕에 국민연금 파동 등 굵직한 국정 현안들을 적극적으로 중재하며 국정 2인자로서 힘을 발휘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힘있는 총리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