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이번 주 들어 '1차 저지선'으로 여겨지는 1,020원 아래로 무너지며 200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010원대에서 종가를 형성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의 세계 자금 이동 추세에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영향까지 더해져 원화 강세 기조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 크레디트스위스 "연말 달러당 975원까지 내릴 것"
1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와 모건스탠리 등 해외 IB 10여 곳이 5월 이후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월 말부터는 환율을 '세자릿수'까지 내리는 곳이 속속 나오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9일 올 연말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기존 1,055원에서 975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같은 날 모건스탠리도 내년 1·2분기 환율 전망치를 각각 980원, 960원으로 낮춰 잡았다. 기존 전망치는 각각 1,100원, 1,075원이었다.
이 기관은 올해 4분기 환율 전망치도 기존 1,125원에서 1,000원까지 내렸다.
HSBC홀딩스는 지난달 29일 내년 1분기 환율 전망치를 1,030원에서 995원까지 내렸다.
이외에 BMO캐피털마켓도 지난달 27일 내년 1분기 환율 전망치를 1,110원에서 990원으로, 올해 4분기 전망치는 1,130원에서 995원으로 조정했다.
해외 IB들의 원·달러 환율 전망 평균치(중간값)는 4분기가 1,025원, 내년 1분기가 1,020원으로 아직 1,000원선 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전망치 하락세가 가팔라 언제 세자릿수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시장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10일까지 4분기 전망치는 1,050원에서 1,025원으로, 내년 1분기 전망치는 1,050원에서 1,020원까지 떨어졌다.'
◇ 원·엔 환율 하락까지 가세…수출 타격 불가피
IB들이 원·달러 환율이 계속 떨어진다고 보는 이유는 글로벌 달러 약세와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안 툰토노 크레디트스위스 연구원은 "한국이 올해 연간 876억달러(약 90조원)의 경상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추가적인 원화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금융당국이 물가상승이나 내수시장 상황을 고려해 섣불리 정책적 개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전망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툰토노 연구원은 "국내 수요 회복세가 아직 충분치 않은 데다 인플레이션 위험도 여전하다"며 "이 때문에 한국은행이 조금 더 신중한 태도로 상황을 지켜볼 공산이 크다"고 봤다.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 수출 기업이 많은 한국으로서는 경제성장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최근에는 원화가 엔화보다 상대적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과의 수출 경쟁에서 더욱 불리해지고 있다.
원·엔 재정환율은 이달 들어 100엔당 900원대까지 떨어졌다.
해외 기관들은 대부분 한국 경제가 올해 하반기와 내년 회복세에 들어설 것으로 보면서도 일제히 원화 강세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모간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3분기부터 한국 내수시장 회복이 재개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수출 기업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원화 강세 현상이 올해 하반기의 우려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1.0원 오른 달러당 1,017.2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