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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 효성 회장, 첫 공판서 "회사 회생 위해 한 일"

조세포탈과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조 회장은 10여년 간 8천억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탈세와 횡령, 배임 등 기업 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조세포탈과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조 회장은 10여년 간 8천억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탈세와 횡령, 배임 등 기업 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재경일보 하석수 기자] 8천억원 규모의 조세포탈·배임·횡령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79) 효성그룹 회장 측이 16일 재판에서 "회사 재산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5차례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이날 열린 공판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조회장은 전립선암으로 인한 항암치료 때문인지 수척해진 모습에 지팡이를 짚고 법원에 들어섰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종호) 심리로 열린 조 회장 등에 대한 첫 공판에서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1997년 IMF 사태로 인한 부도 위기 속에서 조 회장이 개인의 이익이 아닌 회사 회생을 위해 한 일이라고 강변했다.

변호인은 "조세포탈은 1970~80년대 수출 드라이브 정책 하에 발생한 종합 상사의 부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사실관계를 인정하지만 그룹과 경제상황을 고려한 선택이었는데 검찰은 당시 기업들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실을 감추기 위한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는 "효성그룹의 모태인 효성물산의 법정관리를 택하는 대신 계열사를 모두 살리고자 재정부실을 은폐하는 방법 등을 강구했다"며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라는 정부 정책에 따른 것으로, 그룹의 생존과 임직원들의 생계를 위해 부채를 안고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에 "사적 이익을 추구한 바 없다는 주장을 판단하려면 조 회장의 차명회사와 계열사들의 지분관계가 먼저 파악돼야 한다"며 "경제적 합리성과 이들 회사에 얽힌 이해관계를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조 회장은 재판 20여분 전인 9시40분께 법원에 도착했는데 '심경이 어떤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했다. 법정에서도 "드릴 말씀이 없다. 최선을 다해 재판에 임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조 회장에 대한 재판은 앞으로 매주 월요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