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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개방 힘겨루기' 찬ㆍ반론자들의 대치 전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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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가 열린 경기도 의왕 한국농어촌공사 대강당 앞에서 '식량주권과 먹거리 안전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협상도 하지 않고 쌀 전면 개방을 선언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외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김재홍 차병섭 기자 = 정부의 쌀 시장 개방 선언에 앞서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주최로 공청회가 열린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여론 수렴을 해왔으나,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 국회 판단으로 보인다.

이 공청회를 끝으로 여론수렴 작업은 사실상 마무리된다. 개방 찬반론자들이 각자의 논리로 무장해 한 자리에서 치열하게 맞서는 사실상 마지막 공식 무대인 셈이다.

◇ '쌀 관세화 더 미룰 수 없어'…'재연장도 가능' = 최대 쟁점은 쌀 관세화 유예를 더 늦출 수 있느냐는 것이다. 쌀 개방론자들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인 반면 찬성론자들은 유예 재연장 협상을 통해 쌀 의무수입물량(MMA)을 현 수준인 40만9천t에서 묶어 놓을 수 있다고 한다.

정부는 필리핀의 협상 예에서 봤듯이 추가적인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서는 유예를 20년에 걸쳐 두 차례 연장한 마당에 더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공사석에서 "쌀 관세화를 유예하면서 MMA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하다"며 "이는 주요국에 의사를 타진하고 전문가들이 검토해본 결과"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우루과이라운드(UR)의 1995년 농업협정부속서 5의 관세화 유예(특별대우) 규정과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정이 아직 타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재연장 협상이 가능하고 MMA도 현 수준에서 동결할 수 있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무엇보다 부속서에 재연장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으므로 정부가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박 의견도 적지 않다.

동일한 조건에서 재연장 협상을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 필리핀 사례에서 명백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쌀 관세화 유예는 1995년 농업협정에 따른 것으로 새로운 농업협상인 DDA와는 관계가 없는 데다, 20년에 걸쳐 두 차례나 유예된 만큼 현행 농업협정에 의해 내년에 종료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필리핀은 WTO로부터 최근 2017년까지 쌀 관세화 의무를 5년간 한시적으로 면제받는 대신 쌀 의무수입물량을 종전의 2.3배로 늘리는 등 추가 양보를 했다.

◇ 관세율 400% 확보 가능한가 = 농식품부는 쌀 시장 개방 시 관세율을 300∼500% 사이로 보고 있고, 400%대 관세율에 힘을 싣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관세율은 UR 농업협정문 부속서를 근거로 국내가격과 국제가격의 차이를 국제가격으로 나누는 공식 '(국내가격-국제수입가격)/국제수입가격×100%'를 이용해 구한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50∼500% 사이에서 관세율을 설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400% 초ㆍ중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송주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관세율을 높게 설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400% 이상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500%까지 설정해도 WTO 검증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400%대의 관세율은 국내가격으로 aT가 조사한 상·중·하품 쌀가격의 평균값을, 국제가격으로 중국의 쌀 수입가격을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국제가격 기준을 중국 대신 일본의 수입가격을 쓰면 관세율은 350%대까지 떨어진다.

미국은 가장 불리한 기준을 적용해 관세율 200%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제가격과 국내가격 기준에 따라 관세율이 크게 달라지고 대만도 관세율 결정에 4년6개월이라는 긴 협상을 벌인 전례가 있는 만큼 치밀하고 충분한 대비가 없으면 고율의 관세를 관철하기가 녹록지 않아 보인다.

◇ 고율 관세 관철하더라도 유지할 수 있나 = 400%가량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쌀 수입을 억제해 국내 쌀 시장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는 데도 반론이 나온다.

일정 기간 고율 관세가 가능할 수 있으나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가령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의 협상 과정에서 쌀 시장개방 확대 요구가 제기될 것인데 고율 관세를 고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쌀 문제만큼은 FTA나 TPP 협상의 양허(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박건수 통상정책심의관은 한 공청회에서 "FTA 등의 협상에서 쌀 관세율이 낮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이거나 추진 예정인 모든 FTA에서 쌀을 양허 협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